|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저희 집은 콩켸팥켸입니다]
며칠 전에 제가 저희 집 애들은 띠앗이 좋다고 자랑했었죠? 그래서 팔불출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요. 오늘은 애들 흉 좀 볼게요.
저희 집은 집이 좁아 애들방이 따로 없습니다. 거실이 곧 애들 놀이터도 되고 장난감 창고도 됩니다. 그러다 보니 하루만 치우지 않아도 거실은 온통 난장판입니다. 말 그대로 콩켸팥켸가 됩니다. 어디 발 디딜 틈도 없죠. ^^*
오늘은 콩켸팥켸를 알아볼게요. 설마 이런 낱말이 진짜로 있냐고요? 있습니다. ^^*
'콩켸팥켸'는 '사물이 뒤섞여서 뒤죽박죽된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본래는 콩켜팥켜였습니다. 여기에 쓴 켜는 '포개어진 물건 하나하나의 층'을 말합니다.
시루에 떡을 찔 때, 쌀가루를 넣고, 그 위에 콩을 넣고, 다시 쌀가루를 넣고 그 위에 팥을 넣고...... 뭐 이렇게 층층이 쌓아 나가잖아요. 그런데 그 쌀가루와 콩, 팥을 한꺼번에 시루에 집어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뒤죽박죽되어서 어디까지가 콩이고 어디까지가 팥인지 모르겠죠? 곧, 어디까지가 콩 켜이고, 어디까지가 팥 켜 인지 모른다는 말에서 콩켜팥켜가 생겨났고, 그 게 변해서 콩켸팥켸가 된 겁니다.
그나저나 저는 언제 넓은 집으로 이사가서 거실이 콩켸팥켸된 꼴을 안 보고 살죠? 그런 날이 올까요?
보태기) 국립국어원에서 1998년에 사전을 만들 때 '켸켸묵다'는 '케케묵다'로 바꾸었으나, '콩켸팥켸'는 '콩케팥케'로 바꾸지 않았습니다. 무슨 까닭이 있는지 아니면 학자들이 깜빡했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어쨌든 표준말은 '콩켸팥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