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27] 우리말) 민들레 홀씨

조회 수 2576 추천 수 0 2013.05.27 11:26:46

흔히 민들레 홀씨라고 합니다.
그러나 민들레 씨앗은 홀씨가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빠서 이제야 편지를 보냅니다.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너무 놀아서 온몸이 뻐근할 정도입니다. ^^*

요즘 밖에 나가면 민들레를 자주 봅니다.
하얀 갓털이 공처럼 달려 있어서 멋지죠. 
이제 고작 26개월 된 저희 집 애도 그걸 따주면 후후 불어 씨앗을 공중에 날려보냅니다. ^^*

흔히 민들레 홀씨라고 합니다.
아마도 갓털이 바람을 타고 홀홀 나는 모습이 떠올라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민들레 씨앗은 홀씨가 아닙니다.
'홀씨'는 포자라고도 하는데, 포자식물의 생식세포를 일컫는 말입니다.
버섯, 양치류, 이끼 따위가 포자식물인데요. 그런 식물은 꽃을 피우지 않으며 홀씨로 번식합니다.
그러나 종자식물은 꽃이 핀 뒤 암술의 밑씨가 수술의 꽃가루를 받아 종자를 만들어 번식합니다.
민들레는 여러 개의 작은 꽃들이 모여 동그란 한 송이 꽃을 만듭니다.
이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낱낱의 꽃마다 수술과 암술을 볼 수 있습니다.
민들레는 이렇게 꽃이 치는 종자식물이므로 그 씨앗을 '홀씨'라고 하면 안 되는 것이죠.

아마 노랫말에 '민들레 홀씨'가 있어서 많은 분이 그렇게 알고 계시나 봅니다. ^^*

오늘 밖에 나가서 민들레 꽃을 보시면 
하나 따서 후후 불어보시는 것은 어때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놀금]
안녕하세요.

오늘이 일요일이라 느지막이 자전거로 나왔습니다.
실은 어제저녁에 차가 고장이 나서 수리점에 맡겨놨거든요.

냉각수가 보이지 않아 가져갔더니 당장 고쳐야 한다기에 그냥 두고 왔습니다.
수리비도 60만 원이 넘게 나올 것 같다고 합니다.
만만한 돈이 아니니 몇 군데 전화해서 알아보고 나서
고쳐달라고 해도 되는데,
자주 가는 곳이라 그냥 고치기로 했습니다.
설마 속이기야 하겠어요? ^^*

순 우리말에
'놀금[놀:끔]'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물건을 살 때에, 팔지 않으려면 그만두라고 썩 낮게 부른 값"이라 풀었고,
한글학회에서 만든 우리말큰사전에는
"물건을 팔 때 꼭 받아야 할 값."이라 풀었습니다.
엎어치나 메어치나 그 뜻이 그 뜻 같기도 한데 실은 반대의 뜻입니다.

파는 사람이 볼 때는,
세상없어도 받아야 할 가장 싼 값을 말하는 것이고,
사는 사람이 볼 때는,
안 팔면 말 셈으로 부르는 가장 싼 값을 말하는 것입니다.
물건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처지에서 그리 본 것입니다.

저도 어제 차를 고치면서,
수리비가 60만 원이 넘을 거라는 말을 듣고,
40만 원 정도로 깎았으면 어땠을까요?
싫으면 관두시라고... 다른데 가서 하겠다고...
세상 너무 매정하게 사는 게 되나요?
저는 그렇게 정 없는 사람이 아닌데......^^*

어렸을 때 일이 생각나네요.
어머니를 따라 가끔 시장에 가면,
어머니는 어떤 물건을 고르시고 주인에게 가격을 묻습니다.
얼마라고 대답하면,
그 값과는 상관없이 어머니가 원하는 가격에 물건을 달라고 합니다.
놀금을 놓으시는 거죠.
주인이 안 된다고 하면
조금 더 올려서 부르고,
그것도 안된다고 하면 거기에 조금 더 올려주고...
몇 번 올리다 어머니의 놀금이 잘 먹히지 않으면 제 손을 잡고 두말없이 돌아서셨습니다.
시장에서 다른 일을 보시고 느지막이 그 가게에 다시 들러
이번에는 조금 더 올린 값으로 놀금을 놓고
결국 그 값에 물건을 사셨습니다. 

그러셨던 어머니가 지금은 잘 걷지도 못하십니다.
지난주에 저희 집에 오셨는데
몇 달 사이에 무척 늙으셨네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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