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03] 우리말) 만빵과 만땅

조회 수 3195 추천 수 0 2013.04.04 09:23:59

'만빵'도 쓰고 '만땅'도 쓰는데요.
모두 일본말입니다.
만땅은 滿tank에서 온 말일 겁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합니다.
그래서 어제저녁에 세종시에서 수원에 있는 집으로 올라왔고,
오늘 새벽에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 녀석과 이제 막 두 돌이 지난 딸을 데리고 목욕탕에 다녀왔습니다.
애들과 같이 목욕탕에 다녀오는 이 맛을 어찌 짧은 글로 다 나타낼 수 있을까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조금 전에 목욕탕에 있을 때가 생각나서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
내일 새벽에 다시 세종시로 갔다가 저녁에 올라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는 하지만,
주중에 이렇게 하루라도 집에 오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

어제 보내드린 편지에서 '만빵'을 소개했는데요.
'
만빵'이 아니라 '만땅'이라고 쓰지 않느냐는 말씀이 많으셨습니다.

'
만빵'도 쓰고 '만땅'도 쓰는데요.
모두 일본말입니다.
만땅은 滿tank에서 온 말일 겁니다.
滿タンまんタン[만땅]인거죠.
우리말로는 '가득'이라고 하면 됩니다.

예전에 보낸 편지를 붙입니다.


[
기라성 같은 사람들 =>> 대단한 사람들]

요즘 제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을지훈련 중입니다.
어제는 제가 상황실에서 근무하는 날이었죠.
아침에 상황실 일을 교대하고 있는데,
마침 높으신 분이 오시더니,
“이번 근무조는 기라성 같은 사람들이라서 상황실이 잘 돌아가겠네!”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직원을 격려해 주시는 것은 좋은데,
‘기라성’이라는 말은 영 거슬리네요. ^^*

아시는 것처럼 기라성은 일본말입니다.
기라성(綺羅星きらぼし[기라보시])에서,
‘기라(きら[기라])’는 일본어로 반짝인다는 뜻이고,
()은 별입니다.
따라서 말 그대로 풀면,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또는,
그런 실력자들이 늘어선 것을 비유하는 말이죠.
 
이렇게 일본말이
우리 생활주변에 남아있는 게 많습니다.
몇 개만 예를 들어보죠.

지금은 별로 쓰지 않지만,
‘지하철에서 쓰리 당했다’ 할 때,
‘쓰리(すり[쓰리])’는 ‘소매치기’라는 일본말입니다.
 
‘이번 회식비는 각자 분빠이 하자’할 때,
분빠이(ぶんぱい[분빠이])는 ‘分配’를 일본식 발음대로 읽은 것입니다.

야미(やみ[야미])라는 말은 ‘뒷거래암거래’를 뜻하는 일본어고,
삐까삐까(ぴかぴか[삐까삐까])는 ‘번쩍번쩍 윤이 나며 반짝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일본어 의태어입니다.
 
유도리(ゆとり[유도리]) 대신 ‘융통성여유’를 쓰면 되고,
노가다(土方どかた[도가다]) 대신 ‘노동막일’을 쓰면 되며,
무대포(無鐵砲むてっぽう[무뎃뽀우]) 대신 ‘막무가내’라는 우리말이 있고,
찌라시(散らしちらし[찌라시]) 대신 ‘광고 쪽지’나 ‘광고지’라고 쓰면 됩니다.

차에 기스(きず[기스])가 난 게 아니라 ‘흠집’이 생긴 것이며,
사장님에게 구사리(腐りくさり[쿠사리])를 먹은 게 아니라 ‘면박’당한 것입니다.
차에 연료를 입빠이(一杯いっぱい[잇빠이])넣거나 
만땅(滿タンまんタン[만땅]) 채울 필요 없이,
‘가득’ 채우면 됩니다

며칠 전이 광복 60주년 이었습니다.
친일파 후손이 땅을 찾기 위해 내는 더러운 소송을 보면서 열만 받을 게 아니라,
내가 쓰는 말 가운데
나도 모르게 쓰고 있는 일본말은 없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하루로 보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에 예전에 보낸 편지를 붙여서 여기에는 붙이지 않겠습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97677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03333
996 [2013/04/01] 우리말) 이르다와 빠르다 머니북 2013-04-01 2901
995 [2013/04/02] 우리말) 만개 머니북 2013-04-02 2823
994 [2013/04/03] 우리말) 만빵과 안다미로 머니북 2013-04-03 3017
» [2013/04/03] 우리말) 만빵과 만땅 머니북 2013-04-04 3195
992 [2013/04/05] 우리말) '안다미로' 머니북 2013-04-05 3245
991 [2013/04/08] 우리말) 봄 축제 머니북 2013-04-08 2701
990 [2013/04/09] 우리말) 마거릿 대처 머니북 2013-04-10 2751
989 [2013/04/10] 우리말) 봄바람 머니북 2013-04-10 3189
988 [2013/04/11] 우리말) '야식'은 '밤참'으로 머니북 2013-04-11 3374
987 [2013/04/12] 우리말) 살지다와 살찌다 머니북 2013-04-12 2861
986 [2013/04/15] 우리말) 타래박과 파래박 머니북 2013-04-15 3492
985 [2013/04/16] 우리말) 담백 머니북 2013-04-16 2979
984 [2013/04/17] 우리말) 텍스트와 코너 머니북 2013-04-17 3252
983 [2013/04/18] 우리말) 지며리 머니북 2013-04-18 2813
982 [2013/04/19] 우리말) 늬 머니북 2013-04-19 2767
981 [2013/04/19] 우리말) 보니 -> 보늬 머니북 2013-04-19 3094
980 [2013/04/22] 우리말) 보니 -> 천생 머니북 2013-04-22 3025
979 [2013/04/23] 우리말) 라일락 꽃 머니북 2013-04-23 3356
978 [2013/04/25] 우리말) 우리말 편지 다듬기 머니북 2013-04-25 2838
977 [2013/04/26] 우리말) 군대 간 아들에게 책 소개 머니북 2013-04-26 8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