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22] 우리말) 애꿎다/애먼

조회 수 4165 추천 수 0 2012.11.22 09:21:26

'애먼'을 '어만'이라고 쓰시는 분이 많으신데,
표준국어사전에 '어만'은 사투리로 나와 있네요.

안녕하세요.

일터에 잘 나오셨나요?
저는 집에서 6:40분쯤 나오는데, 오늘은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좀 일찍 나섰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스가 몽땅 멈췄는지는 몰라도,
자기네 이권싸움에 애꿎은 시민이 피해를 보면 안 된다고 봅니다.
애먼 국민이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다행히 지금은 버스가 다니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말에 '애꿎다'라는 그림씨(형용사)가 있습니다. 
"아무런 잘못 없이 억울하다."는 뜻도 있지만,
(주로 '애꿎은' 꼴로 쓰여) 그 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뜻도 있습니다.
애꿎은 사람을 잡아 가두다, 애꿎은 문짝만 걷어찼다처럼 씁니다.
버스가 다니지 않아 애꿎은 시민이 골탕먹으면 안 되겠죠.

'애먼'이라는 매김씨(관형사)도 있습니다.
"일의 결과가 다른 데로 돌아가 억울하게 느껴지는."이라는 뜻도 있지만,
"일의 결과가 다른 데로 돌아가 엉뚱하게 느껴지는."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애먼 짓 하지 마라, 해야 할 일은 제쳐 놓고 애먼 일을 붙들고 있다처럼 씁니다.

'애먼'을 '어만'이라고 쓰시는 분이 많으신데,
표준국어사전에 '어만'은 사투리로 나와 있네요.

다시는 대중교통이 멈추는 일이 없길 빕니다.
다른 사람 밥그릇 싸움에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면 안 되잖아요.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비리와 비위]

안녕하세요.

어제 문제 답은 '방망이'입니다.
편지 끝에서 살짝 뚱겨드렸었는데... 눈치채셨었죠? ^^*

방방이에는
두드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떤 일에 대하여 필요하고 참고될 만한 사항을 간추려 적은 책"이라는 뜻과,
"시험을 치를 때에 부정행위를 하고자 글씨를 잘게 쓴 작은 종이쪽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늘 이야기입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제 귀나 눈을 의심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국가 세금을 관리해야 할 국세청장이 뇌물을 받고......
유공자 업무를 보는 보훈처 차장이 유공자로 거짓 등록하고......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검찰이 떡값을 받았다고 하고......

제 할 일 다 안 하고 노는 공무원도 문제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다니는 공무원들도 큰 문제입니다.
세금으로 월급받으면서 그런 짓을 하면 백성은 누굴 믿고 살아야 할까요? 
어느 그늘에 들어가야 비를 피할 수 있죠?

이런 못된 공무원들이 뉴스에 나올 때면 '비리 공무원'이라는 낱말이 나옵니다.
아닙니다. '비리 공무원'이 아니라 '비위 공무원'입니다.

비리(非理)는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입니다. 사회의 비리를 파헤쳐야죠.
비위(非違)는 "법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뇌물 받은 국세청장과
유공자로 거짓 등록한 보훈처 차장은
공무원으로서의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했을 뿐만 아니라,
법을 어긴 겁니다.

공무원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면 '비리' 공무원이지만,
돈 받고 일을 봐 주는 공무원은 공무원의 도리를 떠나 뇌물을 받았으니 마땅히 '비위' 공무원이 맞습니다.

삐딱선을 좀 타 볼까요?
'도리'는 "사람이 어떤 위치에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길"입니다.
그렇다면, 
뇌물 받은 국세청장을 '비리 공무원'이라고 하면,
뇌물 받은 게 바른 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죄도 아니라는 말이 됩니다.
그런가요?
돈 받은 국세청장에게 할 일을 다 하지 못했다고 욕만 하고, 벌을 줄 수는 없는 건가요?
그래요?

아닙니다.
돈을 받은 국세청장은 '비리'를 저지른 게 아니라 '비위'를 저지른 겁니다.
죄를 지은 거고,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합니다.

글을 쓰다 보니 슬슬 열을 받네요. 쩝...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98693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04393
1096 [2007/06/20] 우리말) 벼룩시장 id: moneyplan 2007-06-20 3037
1095 [2013/06/11] 우리말) 압존법 머니북 2013-06-11 3036
1094 [2007/05/15] 우리말) 손수 만든 꽃? id: moneyplan 2007-05-15 3035
1093 [2009/10/20] 우리말) '가차없다'와 '가차 없다' id: moneyplan 2009-10-20 3034
1092 [2014/10/29] 우리말) 찌게와 찌개 머니북 2014-10-29 3033
1091 [2013/01/28] 우리말) 연배 머니북 2013-01-28 3033
1090 [2008/03/19] 우리말) 오늘도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8-03-19 3033
1089 [2017/04/18] 우리말) 엿먹다 머니북 2017-04-18 3032
1088 [2014/03/10] 우리말) 붚대다 머니북 2014-03-10 3032
1087 [2009/08/20] 우리말) 깨단하다 id: moneyplan 2009-08-21 3032
1086 [2008/02/13] 우리말) 몹쓸과 못쓸 id: moneyplan 2008-02-13 3032
1085 [2017/06/07] 우리말) 가뭄 해갈 머니북 2017-06-08 3031
1084 [2015/04/14] 우리말) 짬짜미/담합/카르텔 머니북 2015-04-14 3031
1083 [2014/07/21] 우리말) 누가 '전기세'를 걷나? 머니북 2014-07-21 3031
1082 [2012/01/19] 우리말) 알뜰 주유소 머니북 2012-01-19 3031
1081 [2016/11/15] 우리말) 금배추? 머니북 2016-11-15 3029
1080 [2015/07/27] 우리말) 억장이 무너지다 머니북 2015-07-28 3028
1079 [2014/10/10] 우리말) 딴지와 딴죽 머니북 2014-10-10 3028
1078 [2016/01/04] 우리말) 순우리말 지명 점차 사라져 머니북 2016-01-04 3027
1077 [2013/01/16] 우리말) 야미 머니북 2013-01-17 3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