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피로회복'이 잘못되었다고 말씀드린 게 아마 열 번도 넘을 겁니다.
'피로'는 회복할 게 아니라 버릴 것이며,
회복할 것은 '원기'입니다.
'피로회복'이나 '원기회복'으로 써야 바릅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우리말 편지를 보낸 게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피로회복'이 잘못되었다고 말씀드린 게 아마 열 번도 넘을 겁니다.

오늘 아침 6:40에 KBS2에서 발 마사지 이야기를 하면서 '피로회복'에 좋다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그런 자막을 볼 때마다 힘이 빠집니다.

저는 주말에 애들과 같이 텔레비전을 봅니다.
일요일 오후에는 KBS에서 하는 '도전 골든벨'을 같이 보고, 그게 끝나면 KBS2에서 하는 '넝쿨째 굴러 온 당신'을 봅니다.
지난 일요일에 방송한 '도전 골든벨' 47번 문제가 타우린을 맞히는 것이었습니다. 사회자가 문제를 설명하면서 '피로회복'에 좋다고 이야기했고, 자막도 그렇게 나왔으며, 보조 사회자도 '피로회복'에 좋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방송에서 '피로회복'을 자꾸 말하는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잠시 뒤 '넝쿨째 굴러 온 당신'에서는 시동생 여자친구가 앞으로 시댁 형님이 될 분에게 잘해보자며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에 잘못된 표현이 있어 그걸 꼬집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미소 짖고'라고 쓴 것을 보고는, 내가 멍멍 짖는 개냐? 미소는 짓는 것이다고 바로잡아 줬고,
'어의없다'를 보고는, 네가 허준이냐? 어의가 아니라 어이없다가 바르다고 했고,
'더 낫은'을 보고는, 어디 아프냐며 '나은'으로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연속극에서 그런 내용이 나와 참 재밌게 봤습니다.

우리말과 우리글은 우리가 아끼지 않으면 곧 더러워지고 맙니다.
말 한마디, 글 한 줄을 쓰더라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6년 이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가을내가 아니라 가으내]

봄은 봄 나름의 멋이 있지만,
가을도 결코 이에 뒤지지 않는 멋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을을 좋아합니다.
가을 내내 이렇게 기분 좋게 살고 싶습니다.

"한가을 내내"란 뜻의 낱말이
'가을내'가 맞을까요, '가으내'가 맞을까요?

'내'는 '내내'의 준말이고,
'내내'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라는 뜻입니다.
"봄철 동안 내내"는 '봄내',
"여름 한 철 동안 내내"는 '여름내',
"한겨울 동안 계속해서"는 '겨우내',
"한가을 내내"는 '가으내'가 맞습니다.

'가을'과 '겨울'에서는 '내'앞에 'ㄹ'이 탈락합니다.
이는 중세국어에서 첫소리 'ㄴ'앞에 오는 'ㄹ'받침이 대개 탈락했는데 그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89958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95544
1136 [2012/08/20] 우리말) 자빡 머니북 2012-08-20 3312
1135 [2012/08/21] 우리말) 간식과 새참 머니북 2012-08-21 3313
1134 [2012/08/22] 우리말) 어슴푸레/아슴푸레 머니북 2012-08-22 2875
» [2012/08/23] 우리말) 제발 피로회복을 하지 맙시다 머니북 2012-08-23 2992
1132 [2012/08/24] 우리말) 피로해소/원기회복 머니북 2012-08-27 3303
1131 [2012/08/27] 우리말) 여지껏/여태껏 머니북 2012-08-27 4432
1130 [2012/08/28] 우리말) 초속 40미터 바람 세기 머니북 2012-08-28 13141
1129 [2012/08/29] 우리말) 날아가다와 날라가다 머니북 2012-08-29 8540
1128 [2012/08/30] 우리말) 연배 머니북 2012-08-30 7819
1127 [2012/08/31] 우리말) '제일'과 '가장' 머니북 2012-08-31 3400
1126 [2012/09/03] 우리말) 악매 머니북 2012-09-03 3028
1125 [2012/09/04] 우리말) 물보낌 머니북 2012-09-04 7491
1124 [2012/09/05] 우리말) 돈 이야기 머니북 2012-09-05 3306
1123 [2012/09/06] 우리말) 재킷과 카디건 머니북 2012-09-06 3286
1122 [2012/09/07] 우리말) 주리팅이 머니북 2012-09-07 4291
1121 [2012/09/10] 우리말) 차칸남자 머니북 2012-09-10 3363
1120 [2012/09/24] 우리말) 착한 남자 머니북 2012-09-24 8900
1119 [2012/09/25] 우리말) 양생은 굳히기로 머니북 2012-09-25 3491
1118 [2012/09/26] 우리말) 햅쌀과 오려쌀 머니북 2012-09-26 6698
1117 [2012/09/27] 우리말) 부저와 단추 머니북 2012-09-27 7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