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졌던 물건이 없어진 것은 '잃어'버린 것이고,
가졌던 기억이 없어진 것은 '잊어'버린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주말에 제 휴대전화를 잃어버려서 쓰린 속은 부여잡고 보냈습니다. ^^*
제 실수로 잃어버린 것이니 누굴 원망할 수도 없네요.
그렇다고 태연하게 올림픽이나 보면서 즐길 수도 없고...

오늘은 잃어버리다와 잊어버리다를 갈라보겠습니다.
쉽습니다. ^^*

'잃어버리다'는 
"가졌던 물건이 자신도 모르게 없어져 그것을 아주 갖지 아니하게 되다"는 뜻으로
길에서 돈을 잃어버리다, 주말에 휴대전화를 잃어버리다처럼 씁니다.

'잊어버리다'는
"한번 알았던 것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거나 전혀 기억하여 내지 못하다."는 뜻으로
나는 졸업한 지 오래되어서 학교에서 배운 것을 다 잊어버렸다처럼 씁니다.

소리가 비슷한 가끔 헷갈리지만, 
잃어버리다와 잊어버리다는 확실하게 갈라 써야 할 낱말입니다.
외우기 쉽게 정리해 보면,
가졌던 물건이 없어진 것은 '잃어'버린 것이고,
가졌던 기억이 없어진 것은 '잊어'버린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속이 쓰리네요.
전화기야 돈이 들긴 하지만 다시 사면 되고,
거기에 들어 있던 다른 사람 전화번호야 시간을 두고 다시 넣으면 되지만,
그 많은 애들 사진은 다시 살릴 방법이 없습니다.
소중한 추억을 잃어버렸다는 게 가장 안타깝습니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것을 빨리 잊어버려야겠죠? 
근데 쉽지 않네요. 아마 이 충격이 며칠은 갈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6년 이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상세한 내역? 자세한 내용? 자세하게?]

날씨가 참 좋죠?

요즘 저는 국회의원 요구자료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자료를 요구하는 게 많아서요.

국민의 대표가 행정부를 감사하기 위해서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걸 뭐라는 게 아니라,
제가 꼬집고 싶은 것은 자료를 요구할 때 쓰는 몇 가지 낱말입니다.
대부분 어떤 자료를 요구하면서,
'ooo에 대한 자세한 내역을 제출...'이라고 합니다.

내역(內譯, うちわけ[우찌와께])은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내역'이라는 낱말만 봐도 일본 냄새가 확 풍기지 않나요? 

좀 황당한 일은,
국립국어원에서 이 '내역'을 다듬는답시고 '명세'라고 해 놓은 겁니다.
근데 이 명세도 明細(めいさい[메이사이])라는 일본어거든요.

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명세의 뜻을 풀면서 "분명하고 자세함"이라고 해 놨습니다.
여기서 분명(分明, ぶんめい[붕메이])과 자세(仔細·子細, しさい[시사이])도 일본말입니다.
국립국어원도 이런 실수를 하는 것을 보면,
일본말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이 있는지 아시겠죠?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이런 일본어투 낱말을 하나도 쓰지 않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없애야할 낱말이기에 뭐가 일본어투 낱말이고 뭐가 아름답고 깨끗한 우리말인지는 알아야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자료를 요청할 때,
'OOO에 대한 자세한 내역을 제출...'이라고 하지 않고,
'OOO을 꼼꼼하게 챙겨서 보내주세요.'라고 하면 어떨까요?
한자나 일본어투 낱말을 쓰지 않아서 국회의원의 위신이 떨어질까요? 그럴까요? 진짜로? 참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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