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30] 우리말) 돕다와 거들다

조회 수 2851 추천 수 86 2010.09.30 09:13:14
'돕다'와 '거들다'의 쓰임이 거의 같지만
실은 '돕다'는 사람에 쓰이고, '거들다'는 일에 쓰입니다.
따라서 사람을 돕고 일을 거둔다고 하면 맞고,
일을 돕고 사람을 거든다고 하면 어색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에도 아들 녀석과 같이 자전거를 타고 일터에 나왔습니다.
아마도 제 조상님 가운데 나라를 구하신 분이 계셨나 봅니다. 제가 이렇게 큰 복을 누리는 것을 보면... ^___^*

지난주 한가위 때 갑자기 내린 폭우로 많은 농경지가 물에 잠겼습니다.
그때 벼가 많이 쓰러져서 피해가 크다고 하네요.
작은 손이라도 거들며 돕고 싶습니다.

오늘은 거들다와 돕다를 갈라보겠습니다.
'거들다'는
움직씨(동사)로 "남이 하는 일을 함께 하면서 돕다."는 뜻입니다.
일을 거들다, 살림을 거들다, 장사를 거들었다처럼 씁니다.

'돕다'도 움직씨(동사)로
"남이 하는 일이 잘되도록 거들거나 힘을 보태다."
"위험한 처지나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식사 준비를 돕다, 아버지의 일을 돕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불우 이웃을 돕다, 어려운 생계를 돕다처럼 씁니다.

'돕다'와 '거들다'의 쓰임이 거의 같지만
실은 '돕다'는 사람에 쓰이고, '거들다'는 일에 쓰입니다.
따라서 사람을 돕고 일을 거둔다고 하면 맞고,
일을 돕고 사람을 거든다고 하면 어색합니다.

굳이 더 나가자면,
돕다는 몸과 마음을 다 주는 것이고,
거들다는 몸만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우리말 고운말, tbs 아나운서)

거드는 것도 좋고, 돕는 것도 좋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남과 나누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리더쉽과 리더십]

안녕하세요.

요즘 자리를 옮기시는 분이 많습니다. 다들 똑똑하시고 지도력이 좋으신 분들이시겠죠?

오늘은 오랜만에 외래어표기법을 좀 알아볼게요.
"무리를 다스리거나 이끌어 가는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영어로 leadership이라 하고 이를 '리더십'이라 씁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지도력이나 통솔력으로 다듬었습니다.
이 '리더십'을 '리더쉽'이라고 쓰시는 분이 많습니다.
네이버 웹문서에서 리더십을 검색하니 2,616,314건이 나오고, 리더쉽을 검색하니 709,592건이 나오네요.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낱말 끝에 오는 [∫], [t∫]를 '시, 치'로 적어야 합니다.
따라서 리더쉽이 아니라 리더십이 맞고, 벤취가 아니라 벤치가 맞으며 브리티쉬가 아니라 브리티시가 맞습니다.

leadership, bench, British를 영국사람이 어떻게 발음하고 미국사람이 어떻게 소리 내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쓰는 말을 우리끼리 어떻게 쓰고 읽을지가 중요합니다. 그 원칙이 외래어표기법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쓰는 말을 우리말로 바꿀 일이 없으면 더 좋겠지만,
그럴 때 쓰라고 만든 규정이 외래어표기법이고, 꼭 필요해서 만든 규정이라면 지키는 게 옳다고 봅니다.

이왕 말 나온 김에 외래어표기법에 있는 규칙 몇 개 더 볼게요.
다른 나라에서 쓰는 말을 우리말로 적을 때 원칙적으로 된소리를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브로찌가 아니라 브로치고, 뻐쓰가 아니라 버스고, 빠리가 아니라 파리고, 싸이버가 아니라 사이버고, 싸이트가 아니라 사이트며, 싸인이 아니라 사인입니다.

또 알파벳 'f'는 모음 앞에서 'ㅍ'으로 써야 합니다.
그래서 훼밀리가 아니라 패밀리고 화이팅이 아니라 파이팅이며, 홱스가 아니라 팩스며, 후라이가 아니라 프라이입니다.

모음 앞의 [t∫], [d3(이런 비슷한 모양)]는 'ㅊ', 'ㅈ'으로 적어야 하는데 이때 이중모음을 쓰지 않습니다.
실은 우리말에서도 ㅊ, ㅈ과 함께 쓰는 이중모음은 소리를 가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레져가 아니라 레저가 맞고, 비젼이 아니라 비전이 맞으며, 챠트가 아니라 차트가 맞고, 텔레비젼이 아니라 텔레비전이 맞습니다.
사실 레져나 레저나 소리내 보면 거의 같잖아죠. 비전이나 비젼이나...

외래어표기법은 다른 나라 말을 우리말로 어떻게 적을지에 관한 규정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쓰는 말을 꼭 써야 한다면,
우리 나름의 규정을 만들어 놓고 그 규정에 맞게 쓰는 게 바르다고 봅니다.
그래야 우리말이 바로 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규정도 없이 마구잡이로 쓰다 보면, 우리말이 여기서 터지고 저기서 멍들어 나중에는 다 없어지고 말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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