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07] 우리말) 엿먹다

조회 수 2750 추천 수 83 2010.06.07 10:16:32
교육청에서 디아스타아제만 맞다고 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발에 따라 무즙도 맞다고 하고,
다시 다른 학부모들의 반발에 따라 디아스타아제만 맞다고 하고...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무즙으로 직접 엿을 만들어 교육청에 보내면서
'엿 먹어라'라는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중학교 친구들과 제부도에서 돌다가 궁평항에서 일요일 점심까지 먹고 헤어졌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오구탕을 치며 노니까 참 재밌더군요.

마침 지난 토요일에 제부도에서 장어잔치가 있었습니다.
그날 각설이 타령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엿을 팔면서 공연을 하시더군요.
일요일 점심때 보니 궁평항에도 또 다른 각설이 타령하시는 분들이 엿을 팔면서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공연 중간마다 엿을 파시는데, 말씀을 참 재밌게 잘하셨습니다. ^^*

흔히
입 닥치고 잔소리 그만 하라고 할 때 '엿 먹어라'고 말합니다.
오늘은 그 말뿌리(어원)를 알아볼게요.

1964년이라고 합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 일인데요.
그때는 중학교에 들어가는 것도 시험을 봐서 들어갔나 봅니다.
그때 문제 가운데 하나가 엿을 만드는 순서에 관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①찹쌀 1kg가량을 물에 담갔다가
②이것을 쪄서 밥을 만들고,
③이 밥에 물 3L와 엿기름 160g을 넣고 잘 섞은 다음에 60도의 온도로 5∼6시간 둔다.
위 ③에서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문제인데,
문제를 내신분들이 생각한 답은 '디아스타아제'였는데,
보기로 '무즙'이 있었다고 합니다.
근데 문제는 디아스타아제 대신 무즙을 넣어도 엿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문제였죠.

교육청에서 디아스타아제만 맞다고 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발에 따라 무즙도 맞다고 하고,
다시 다른 학부모들의 반발에 따라 디아스타아제만 맞다고 하고...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무즙으로 직접 엿을 만들어 교육청에 보내면서
'엿 먹어라'라는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 사건 이후에 '엿 먹어라'가 욕이 되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말뿌리가 그렇듯이 이 또한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서양에서는
죽은 사람이 입을 벌리고 죽었을 때 입을 닫아주고자 입에 엿을 먹이고 입이 서로 붙게 하여 닫아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엿먹어라가 입 닥치라는 뜻으로 쓰였다고도 합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이상한 소리 해서 죄송합니다.
이번 주도 늘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하기 마련이다와 하게 마련이다]

"아빠, 누가 이걸 버렸지? 지구가 아파하겠네?"
"그러게 누가 엘리베이터 안에 쓰레기를 버렸을까? 그러면 안 되는데... 그치?"

오늘 아침에 저와 34개월 된 세 살배기 제 아들이 나눈 이야기입니다.
이 녀석은 길을 가다가도 쓰레기만 보면 "지구가 아파하는데... 누가 버렸지?"라면서 안타까워합니다.
어젯밤에는 뜬금없이,
"아빠랑 같이 자니 행복해요."라고 말해 제 코끝을 찡하게 만든 귀여운 녀석입니다. ^^*

이런 고운 마음을 오래도록 지니고 있으면 좋으련만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면서 되바라지겠죠?
당연히 그렇게 되기 마련이지만, 그 게 좀 늦으면 좋겠습니다.
착한 제 아들 입에서 "지구가 아파한다."는 고운 말을 오래도록 듣고 싶습니다. ^^*

나이가 들면서 까지기 마련인가요? 그게 당연하겠죠? 아닌가요?
'까지기' 마련인가요, '까지게' 마련인가요?

사전에 보면,
'기'는 씨끝(어미)으로 그 말이 이름씨(명사) 노릇을 하게 합니다.
혼자이기는 해도 외롭지 않다, 밥을 먹기 싫다, 사람이 많기도 하다처럼 씁니다.
곧, 이름씨(명사) 이다로 쓰여 어떤 것을 지정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게'도 씨끝입니다.
앞의 내용이 뒤에서 가리키는 사태의 목적이나 결과, 방식, 정도 따위가 됨을 나타내죠.
추운데 따뜻하게 입어, 든든하게 먹어야지, 행복하게 살아라처럼 씁니다.

문법으로 따지면 그런데 실제 쓰임은
'하기 나름이다'는 맞고, '하게 나름이다'는 틀립니다.
'하기 때문이다'는 맞고, '하게 때문이다'는 틀립니다.
'하기 십상이다'는 맞고, '하게 십상이다'는 틀립니다.
그러나
'하기 마련이다'와 '하게 마련이다'는 둘 다 맞습니다.
왜 그런지는 설명을 못하겠습니다.
그냥 그래요... ^^*

깔끔하게 설명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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