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09] 우리말) 안쫑잡다

조회 수 3163 추천 수 131 2009.11.09 08:48:21
우리말에 '안쫑잡다'는 말이 있습니다.
'안쫑'이라는 낱말은 우리는 쓰지 않으나 북한에서는 "마음속으로 종잡는 짐작이나 대중"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주는 일주일 내내 감사를 받느라 무척 힘들었습니다.
다음 주에 보완감사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별 탈 없이 잘 지나갔습니다.

우리말에 '안쫑잡다'는 말이 있습니다.
'안쫑'이라는 낱말은 우리는 쓰지 않으나 북한에서는 "마음속으로 종잡는 짐작이나 대중"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쫑잡다'는 낱말은 사전에 있어
"마음속에 품어 두다, 겉가량으로 헤아리다."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쉽게 풀면 "마음속으로 대충 헤아리다"는 뜻이 됩니다.

이 안쫑잡다를 안쪽이 있는 마음을 잡는다고 생각해서 '안쪽잡다'라고 쓰시는 분을 봤습니다.

그러나 표준어 규정에 보면,
비슷한 발음의 몇 형태가 쓰일 경우, 그 뜻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 가운데 하나가 더 널리 쓰이면,
그 한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안쪽잡다'를 버리고 '안쫑잡다'를 표준어로 삼았습니다.

두 개 가운데 하나만을 표준어를 잡는 것은 복수 표준어와 대립하는 처리인데,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려면 그 발음 차이가 이론적으로 설명되든가,
두 형태가 비등하게 널리 쓰이든가 하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음에도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게 되면,
국어를 풍부하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을 일으킬 수 있을 때 하나만 표준어로 봅니다.

감사를 받으면서,
감사관이 요청한 자료를 다 내주는 것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자료를 안 내주는 것도 안 될 말이고...
감사관이 무슨 생각으로, 어떤 목적으로 이 자료를 내라고 하는지를 안쫑잡아 적당한 선에서 자료를 내줍니다.
제가 그렇게 감사를 받았더니,
감사가 끝날무렵 한 감사관이 "수감 참 잘하시네요."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세상 참... 감사를 받으면서 감사관에게 칭찬을 듣기는 처음입니다. ^^*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고운 마음으로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회의자료 지참 --> 회의자료를 가지고]

오랜만에 일본말찌꺼기나 좀 씹어볼게요.

어제 어떤 분이 저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몇 시에 어디에서 무슨 회의를 하니 기 송부한 회의자료를 출력해서 지참하라'라고 하네요.
무슨 말인지는 알지만,
될 수 있으면 좋은 우리말로 좀 하시지......

'기 송부한'은 '이미 보내드린'으로 바꾸면 되고,
'지참'은 '가지고' 오라고 하면 됩니다.

지참(持參, じさん[지상])은 일본말찌꺼기입니다.
'무엇을 가지고서 모임 따위에 참여함.'이라는 뜻인데,
국립국어원에서 '지니고 옴'으로 다듬었습니다.
우리 문화를 없애려고 기를 썼던 일본을 생각하면 일본어 찌꺼기는 단 한마디도 쓰기 싫은데,
그게 뭐 그리 좋다고 입에 달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기 송부한 회의자료를 출력해서 지참하라'가 아니라
'이미 보내드린 회의자료를 가지고 오세요.'라고 하면 됩니다.

'이미 보내드린' 대신에 '기 송부한'을 쓰고,
'가지고 오세요.' 대신에 '지참하세요'를 써야만 공무원의 권위가 서고 위신이 서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늘도 좋은 생각 많이 하시고,
많이 웃으시면서 보내시길 빕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편지나 물품 따위를 부치어 보냄.'이라는 뜻의
'송부'도 행정순화용어에 들어있습니다.
'보냄'으로 쓰시는 게 좋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99010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04712
1376 [2008/04/16]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8-04-16 3162
1375 [2015/04/21] 우리말) 영화 어벤져스 머니북 2015-04-22 3161
1374 [2010/12/21] 우리말) 관용구 moneybook 2010-12-21 3161
1373 [2007/11/20] 우리말) 낙엽은 진 잎으로... id: moneyplan 2007-11-20 3161
1372 [2016/06/16] 우리말) 엽다/가엾다 머니북 2016-06-17 3160
1371 [2013/09/04] 우리말) 어제 받은 댓글 머니북 2013-09-04 3159
1370 [2010/02/17] 우리말) '바' 띄어쓰기 id: moneyplan 2010-02-17 3159
1369 [2009/03/26] 우리말) 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9-03-26 3158
1368 [2007/06/18] 우리말) 맏과 맏이 id: moneyplan 2007-06-18 3158
1367 [2014/10/16] 우리말) 따뜻한 편지 머니북 2014-10-16 3157
1366 [2013/07/11] 우리말) 속앓이 머니북 2013-07-11 3157
1365 [2010/11/18] 우리말) 마루 moneybook 2010-11-18 3157
1364 [2010/06/16] 우리말) 허점과 헛점 moneybook 2010-06-16 3156
1363 [2010/03/19] 우리말) 훈민정음이 세계문화유산? id: moneyplan 2010-03-19 3156
1362 [2008/12/15] 우리말) 개발과 계발 id: moneyplan 2008-12-15 3156
1361 [2012/04/17] 우리말) 문해율 머니북 2012-04-17 3154
1360 [2011/04/14] 우리말) 벚꽃 이야기 moneybook 2011-04-14 3152
1359 [2008/10/02] 우리말) 한글날을 앞두고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8-10-06 3152
1358 [2013/09/23] 우리말) 설레다와 설렘 머니북 2013-09-23 3151
1357 [2010/02/24] 우리말) 육교 id: moneyplan 2010-02-24 3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