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16] 우리말) 틀린 자막 몇 개

조회 수 2649 추천 수 88 2009.04.16 09:36:24
평생 한 번 만나기도 어려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어는 열심히 배우면서도,
우리와 더불어 사는 청각장애인의 언어는 배우려고 하지 않았구나 하는 반성을 해 봅니다.
수화, 손짓말도 우리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보낸 편지에 실수가 있었네요.

제 아들 이야기를 하면서 '다섯 살 배기'라고 했는데,
어린아이의 나이를 나타내는 명사구 뒤에 붙어 "그 나이를 먹은 아이"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 배기는 앞에 오는 낱말과 붙여 씁니다.
두 살배기, 다섯 살배기처럼 써야 바릅니다.
이런 실수를 하면서 텔레비전 자막에 나온 틀린 낱말을 꼬집는다는 게 참 거시기 하네요. ^^*
그래도......

그제 오후 6시 5분쯤 MBC에서 나온 자막입니다.

'단촐하다'는 자막이 있었는데
"식구나 구성원이 많지 않아서 홀가분하다."는 뜻의 낱말은 단촐하다가 아니라 단출하다입니다.
낚시 이야기를 하면서 '손맛'이라고도 하고 '손 맛'이라고도 했습니다.
낚싯대를 잡고 있을 때, 고기가 입질을 하거나 물고 당기는 힘이 손에 전하여 오는 느낌은 한 낱말로 '손맛'입니다.
'맛'은 명사이므로 띄어 씀이 원칙이지만
감칠맛, 단맛, 쓴맛, 입맛, 꿀맛, 글맛, 돈맛, 단맛, 떫은맛, 매운맛, 몽둥이맛, 무맛, 물맛, 밥맛, 별맛, 몬맛, 볼맛, 살맛, 세상맛, 신맛, 장맛, 주먹맛, 짠맛 따위는 한 낱말로 봐서 붙여 씁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참 좋아요"라고 말했는데 자막에는 '정말 좋아요'라고 나왔습니다.
거꾸로 출연자가 "정말 좋아요"라고 했을 때 자막에 '참 좋아요'라고 쓰는 게 좋습니다.
25만명이라고 했는데 단위 명사는 띄어 쓰니 '25만 명'이라 써야 합니다.
'일년에 한번'이라는 자막이 있었는데 '일 년에 한 번'이 맞습니다.
'이천 여개'라고 나왔는데 '이천여 개'가 맞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노털과 노틀]

안녕하세요.

오늘도 날씨가 무척 포근할 거라네요.

저는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저보다 어린 사람과는 젊음을 나눌 수 있어서 좋고,
제 또래와는 고민을 함께할 수 있어서 좋고,
어르신과는 삶의 노련함을 배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어르신과 함께합니다. ^^*

나이드신 분을 흔히 노털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노인[老]을 떠올려서 머리[털]가 하얗게 되신 분을 그렇게 부르나 봅니다.

그러나 노털은 사전에 없는 낱말입니다.
우리가 많이 쓰는데도 사전에 없는 낱말입니다. 왜 그럴까요?

표준말은 노털이 아니라 노틀입니다.
그리고 이 낱말은 노인의 몸에 난 털을 떠올려서 만든 게 아니라
중국어 老頭兒[laotour]에서 온 말로 "늙은 남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老頭兒'는 '노인(老人)'을 뜻하는 '老頭'에 끝가지 '兒'가 덧붙은 꼴입니다.
소리는 [라오터울]정도로 납니다.

여기서 궁금한 점.
중국어에서 왔기에 중국어 소리에 가깝게 [라오터울]이나 [로털]이 표준어일 것 같은데,
왜 중국 소리와 거리가 먼 '노틀'이 표준어죠?

오늘 편지는
어르신을 속되게 이르는 낱말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노털이 표준어가 아니라 노틀이 표준어라는 것을 말씀드린 겁니다.
저는 어르신을 존경합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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