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02] 우리말) 냄비와 남비

조회 수 3010 추천 수 101 2008.12.02 09:37:09
사실 냄비는 순 우리말이 아닙니다.
노구솥 과(鍋) 자를 일본에서 なべ라 쓰고 [나베]라 읽습니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남비'로 바뀌어 표준말로 쓰였습니다.
그러다가 1988년 맞춤법 규정이 바뀌면서 '남비'를 버리고 '냄비'를 표준말로 삼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때아닌 황사가 왔다고 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길 빕니다.

아침 뉴스에서 보니 최경주 선수는 무슨 골프대회에서 우승하고 언제나 그랬듯이 상금의 20%를 기부했다네요.
참 좋은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제부터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이 시작되었죠?
올해는 구세군이 우리나라에 상륙한 지 100년 되는 해이며,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한 지는 80년이라고 하네요.
1928년 구세군 냄비는 나무 막대기로 만든 지지대에 가마솥을 매단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 후 80년이 흐른 지금은 디지털 자선냄비까지 등장했습니다.
구세군 냄비에 교통카드를 대면 천 원씩 빠져나간다고 합니다.

요즘 다들 힘든 불경기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자기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고 살면 이 추위도 쉽게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냄비는 순 우리말이 아닙니다.
노구솥 과(鍋) 자를 일본에서 なべ라 쓰고 [나베]라 읽습니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남비'로 바뀌어 표준말로 쓰였습니다.
그러다가 1988년 맞춤법 규정이 바뀌면서 '남비'를 버리고 '냄비'를 표준말로 삼았습니다.
남비가 냄비로 된 것은 이모음역행동화인데요.
그런 보기를 보면
지팽이 -> 지팡이
정갱이 -> 정강이
곰팽이 -> 곰팡이
오래비 -> 오라비
아지랭이 -> 아지랑이
호랭이 -> 호랑이
에미 -> 어미
멕이다 -> 먹이다
쥑이다 -> 죽이다
괴기 -> 고기
따위입니다.
남비가 이모음역행동화로 냄비가 되었고 이 낱말이 표준말이지만,
지팽이, 정갱이 따위는 표준말이 아닙니다.
지팡이, 정강이 같은 게 맞습니다.

남과 나누자는 것을 남들에게 말할 게 아니라,
저부터 이번 주말에 애들 손잡고 빨간 자선냄비에 작은 마음을 나누겠습니다.

모두 어렵고 힘들지만
자선냄비 모금액수는 불경기를 타지 않기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갈피표가 되돌아온 게 있네요.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주공아파트 701동   안 아무개 님
충북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 계룡리슈빌 102동 백 아무개 님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께끼다]

어젯밤에 축구 보셨어요?
참으로 멋진 한편의 드라마였습니다.
역시 히딩크 감독입니다.

덕분에, 아니 그 핑계로 어제 오랜만에 노래방에까지 갔습니다.
저는 노래방에 가면,
엽전 열닷 냥, 고향무정, 흙에 살리라...뭐 이런 노래만 부릅니다.
제가 아는 노래가 그거밖에 없어서...
노래 부르는 저야 신이 나서 부르지만,
듣는 사람들은 좀 짜증 나겠죠.

급기야 어제는,
친구가 '어머나'를 선택해 놓고 저더러 무조건 그 노래를 하라더군요.
괜히 남들 기분 망치지 말고 이 노래하라면서...

'알았어, 그럼 이 노래를 부를 테니까 좀 께껴줘, 알았지?'
'뭐라고?'
'내가 잘 모르면 좀 거들어주라고...'

'께끼다'는 말 아세요?
국어사전에 보면 세 가지 뜻이 나옵니다.
1. 방아질이나 절구질을 할 때, 확의 가장자리로 올라오는 낟알 따위를 안으로 밀어 넣다.
2. 노래나 말 따위를 옆에서 거들어 잘 어울리게 하다.
3. 모르는 것을 옆에서 거들어 대어 주다.

제가 노래방에서,
'좀 께껴줘'라고 말한 것은,
'내가 이 노래를 잘 모르니 옆에서 좀 거들어주라'는 뜻입니다.

'남이 하는 일을 함께 하면서 돕다'는 뜻의 '거들다'도 좋은 우리말이지만,
'께끼다'도 그에 못지않은 좋은 우리말입니다.
가끔 써보세요.

참, 어제 부른 '어머나' 점수가 98점이었습니다.

오늘은 어디 가서 축구경기를 봐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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