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15] 우리말) 헛가래질과 헹가래

조회 수 2680 추천 수 80 2008.04.15 10:52:54
이 헹가래가 실은 가래를 맞추는 데서 나왔습니다.
농사일 할 때 가래를 많이 쓰는데 본격적인 일에 앞서서
실수를 막고자 미리 손을 맞춰보는 것을 '헛가래질'이라고 합니다.
이 '헛가래'가 '헌가래', '헨가래'를 거쳐 지금의 '헹가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가래나 맞춰보자!"
"예? 가래를 맞춰요?"
"니하고 오랜만에 같이 일하게 됐응깨, 일 시작하기 전에 손 맞추듯이 삽을 맞춰야 안 쓰것냐."

지난 주말에 어머니와 나눈 이야기입니다.
저는 중학교를 마치고 고향을 떠나왔기 때문에 농사일을 별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에 고향에 가서 아버지 산소에 나무 몇 그루 심고
집에 오는 길에 어머니와 함께 고추밭을 좀 일궜거든요.
그때 어머니가 일 시작 전에 저와 손을 맞추고자 가래를 맞추자고 하신 거였습니다. ^^*
제가 농업기계를 전공했는데도 저희 집에는 농기계가 단 한 대도 없습니다.
그 흔한 트랙터나 경운기 한 대도 없습니다.
어머니 혼자 계시다 보니 농사일 하는 도구는 오로지 삽과 호미뿐입니다. ^^*
그 삽으로 며칠 전에 고추 심을 두둑을 만들었습니다.

삽과 비슷한 가래라는 게 있습니다.
삽은 아실 것이고, 가래는 삽보다 조금 깁니다.
여기까지가 기초 공부입니다. ^^*

'헹가래'라는 말 아시죠?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의 네 활개를 번쩍 들어 자꾸 내밀었다 들이켰다 하는 일. 또는 던져 올렸다 받았다 하는 일."로
기쁘고 좋은 일이 있는 사람을 축하하거나 잘못이 있는 사람을 벌줄 때 하는 겁니다.
헹가래를 치다, 헹가래를 올리다처럼 씁니다.

이 헹가래가 실은 가래를 맞추는 데서 나왔습니다.
농사일 할 때 가래를 많이 쓰는데 본격적인 일에 앞서 실수를 막고자 미리 손을 맞춰보는 것을 '헛가래질'이라고 합니다.
이 '헛가래'가 '헌가래', '헨가래'를 거쳐 지금의 '헹가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쓰는 말에는 농업에서 온 게 무척 많습니다.
20년쯤 전부터 정보화사회라고 하고,
그전 200년쯤 전부터 산업화사회라고 하고,
그 이전부터 수천 년이 농경사회였으니 농업에 우리 선조의 넋과 문화가 녹아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농사짓는 제가 이렇게 우리 글을 알리는데 힘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오랜만에 어머니와 가래를 맞춘 느낌이 지금도 손에 남아 있습니다.
그 느낌 오래오래 지니며 즐겁게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

오늘 편지는 좀 길었네요.
내일은 짧게 쓸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1.
어제 보낸 편지에 틀린 게 있었습니다.
'조개'를 '고개'라고 썼습니다.
잘못을 꼬집어 주신 분께 작은 선물을 보내드렸습니다.

2.
어떤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요즘 제 마음이 차분하지 않나 봅니다.
그래서 실수가 잦나 봅니다.
자리를 옮기고 맡은 일도 바뀌고...... 그 자리를 또 옮기고......

어제 새 자리로 다시 옮겼습니다.
새 자리에서도 그 쪽사람들과 가래를 잘 맞추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헛가래질을 좀 해 봐야 하는데...... '손운동'과 '목운동'을 좀 하면서... ^___^*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책갈피/책갈표]

어렸을 때,
명탐정 셜록 홈스, 괴도 뤼팽 이야기 많이 읽으셨죠?
언젠가, 홈스가 뤼팽을 잡아왔습니다.
홈스 : 너, 이번에 훔친 수표 어디에 숨겼어?
뤼팽 : 서재에 있는 ○○책 1쪽과 2쪽 사이에 숨겨뒀습니다.
홈스 : (뤼팽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며)거짓말하지 마!

홈스는 뤼팽이 한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간단합니다.
모든 책은
책을 폈을 때, 접는 중앙을 기준으로
왼쪽이 짝수, 오른쪽이 홀수 쪽입니다.
따라서, 1쪽과 2쪽은 책장 한 장이므로 그 사이에 뭔가를 숨길 수 없죠.
만약, 뤼팽이 2쪽과 3쪽 사이에 수표를 숨겼다고 했으면 홈스는 믿었을 겁니다.
2쪽과 3쪽은 책 중앙을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으로 그 사이에 뭔가를 넣을 수 있잖아요.

요즘 같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죠?
오늘은 책 이야기입니다.
‘책장’은 “책을 이루는 낱낱의 장”을 말하고,
‘책갈피’는 “책장과 책장의 사이”를 말합니다.
앞에서 말한,
1쪽과 2쪽이 '책장'이고,
2쪽과 3쪽 사이가 바로 ‘책갈피’죠.

“읽던 곳이나 필요한 곳을 찾기 쉽도록 책갈피에 끼워 두는 종이쪽지나 끈”은 뭐라고 하죠?
책갈피? 책갈표?
‘책갈피’는 앞에서 책장과 책장의 사이라고 말씀드렸고,
‘책갈표’라는 낱말은 국어사전에 없고...

그건 바로 ‘갈피표’입니다.
‘갈피’는,
“겹치거나 포갠 물건의 하나하나의 사이. 또는 그 틈”을 말합니다.
책장과 책장 사이의 틈이 바로 ‘갈피’고
그 갈피에 꽂아놓은 게 바로 ‘갈피표’죠.
'갈피표'를 ‘책갈피’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이 뜻이 조금 더 발전해서,
“일이나 사물의 갈래가 구별되는 어름”이라는 뜻도 생겼죠.
‘갈피를 못 잡다/도무지 갈피가 안 잡혔다’처럼 쓰죠.

‘갈피표’는 ‘서표(書標)’라고도 합니다.

날씨가 참 좋네요. 그쵸?

보태기)
“물건과 물건 사이를 구별 지은 표”를 살피라고도 합니다.
책꽂이의 책들 사이에 살피를 끼워 소설책과 시집을 구분해 놓았다처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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