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20] 우리말) 떨구다와 떨어뜨리다

조회 수 3054 추천 수 87 2007.08.20 10:11:27
'떨구다'는 틀린말입니다. '떨어뜨리다'가 맞습니다.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 없이 눈물만 떨구는 게 아니라,
고개를 떨어뜨리고 아무 말 없이 눈물만 떨어뜨리고 있는 겁니다.


안녕하세요.

어젯밤에 대조영을 보는데 밑으로 자막이 흐르더군요.
곧이어 방송할 취재파일4321에서 다룰 꼭지를 소개하면서,
'... 장마 끝난 뒤 지리한 비 계속...'이라고 했습니다.

"시간을 너무 오래 끌어 따분하고 싫증이 나다"는 뜻의 낱말은,
'지리하다'가 아니라 '지루하다'입니다.
본래는 '지리(支離)하다'가 표준어였지만,
'모음의 발음 변화를 인정하여'
지금은 '지루하다'가 표준어입니다.
다행히 취재파일4321 본 방송에서는 지리하다는 말이 한 번도 안 나오더군요. ^^*

오늘 이야기를 해 볼까요? ^^*
요즘 학벌 이야기가 많네요.
교수, 연애인, 스님...
다 먹고살기 힘들고 어려워서 가방끈을 좀 늘이고 가방 개수를 좀 늘리려고 했던 것일텐데...
지금와서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떨어뜨리는 모습이 영 안타깝네요.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습니다.
모든 게 잘 마무리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빕니다.

좀 다른 이야기.
저도 올 한해 무척 힘들고 어렵게 넘기고 있습니다.
누구 말대로 내우외환이고 화불단행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급기야 그제는 교통사고까지 났습니다.
교차로에 멈춰있는데 누군가 차 뒤를 냅다 들이받더군요.
허리 수술한 아내와 어린 두 아이까지 타고 있었는데......
제발 올 한해가 빨리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더는 무슨 일이 일어나지 말고......^^*

그래도 저는 가방끈을 늘이거나 늘리지 않았기에
삶이 조금 고달프긴 해도
그런 일로 남 앞에서 눈물 흘리며 반성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고개를 떨어뜨릴 일도 없고...^^*

흔히,
눈물을 떨구고... 고개를 떨구고...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떨구다'는 틀린말입니다. '떨어뜨리다'가 맞습니다.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 없이 눈물만 떨구는 게 아니라,
고개를 떨어뜨리고 아무 말 없이 눈물만 떨어뜨리고 있는 겁니다.

비록 눈물을 떨구고 있다와 눈물을 떨어뜨리고 있다의 맛이 다를지라도
아직 떨구다는 표준말이 아닙니다.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이 떨어뜨리다 보다 좀 센 말이 떨어트리다입니다.

남들이 학벌 이야기하니까,
저도 제 학력을 좀 밝힐까요?
그렇다고 제가 유명인사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말편지를 보내고 있기는 하지만,
저는 국문과를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전남대학교 농과대학 농공학과(지금은 농업생명과학대학 생물산업공학과)를 나왔습니다.
절대 국문과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국문과 나왔다고 말한 적 없죠? 맞죠? ^^*

저는 농대를 나와서 농촌진흥청에서 농업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제 얼굴이 그을렸어요]

어제는 하루종일 밖에 있었더니 얼굴이 좀 탔네요.
주말까지 밖에서 살면 새까맣게 그을릴 것 같습니다.
그은 제 얼굴을 집에 있는 딸내미가 몰라보면 어떡하죠?

오늘은 그을린 제 얼굴을 생각하면서,
'그을리다'와 '그슬리다'를 갈라보겠습니다.

'그을리다'는
"햇볕이나 연기 따위를 오래 쬐어 검게 되다"는 뜻의 '그을다'의 피동형입니다.
그는 해수욕장에 다녀왔는지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렸다,
들판 곳곳에는 까맣게 그을린 농부들이...처럼 씁니다.

'그슬리다'는
"불에 겉만 약간 타게 하다"는 뜻의 '그슬다'의 피동형입니다.
촛불에 머리카락이 그슬리다처럼 씁니다.

정리하면,
그을리는 것은 검게 되?것이고,
그슬리는 것은 타거나 익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 얼굴이 '그슬렸다'고 하면,
제 얼굴을 불에다 태워서 먹기 좋게 만들었다는 끔찍한 말이 되어버립니다.
이 잘생긴 얼굴을 그렇게 하면 안 되겠죠?
제 얼굴은 그슬린 게 아니라 그을린 겁니다.

그을리다와 그슬리다를 가르실 수 있죠?

우리말123

보태기)
1.
'그을다'에 '-은'이 연결되면 'ㄹ'이 탈락하여 '그은'이 됩니다.
그래서 '그은 제 얼굴을 집에 있는 딸내미가...'라고 했습니다.

2.
'그슬리다'는
'그슬다'의 사동사형도 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83605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9309
296 [2007/08/21] 우리말) 웬만하다와 엔간하다 id: moneyplan 2007-08-21 3763
» [2007/08/20] 우리말) 떨구다와 떨어뜨리다 id: moneyplan 2007-08-20 3054
294 [2007/08/19] 우리말) 농산물생산이력 id: moneyplan 2007-08-20 4290
293 [2007/08/17] 우리말) 분리수거, 분리배출 id: moneyplan 2007-08-17 2816
292 [2007/08/16] 우리말) 썩이다와 썩히다 id: moneyplan 2007-08-16 3635
291 [2007/08/15] 우리말) 엉터리 id: moneyplan 2007-08-16 2864
290 [2007/08/14] 우리말) '벼리'와 비슷한 뜻의 낱말 id: moneyplan 2007-08-14 3013
289 [2007/08/13] 우리말) 고추 이야기 id: moneyplan 2007-08-13 2901
288 [2007/08/11] 우리말) 뉘 id: moneyplan 2007-08-13 2975
287 [2007/08/10] 우리말) 우뢰와 우레 id: moneyplan 2007-08-13 3222
286 [2007/08/09] 우리말) 임용되다와 임용하다 id: moneyplan 2007-08-09 2927
285 [2007/08/08] 우리말) '각각'은 '따로따로' id: moneyplan 2007-08-08 2892
284 [2007/08/07] 우리말) '노지'가 아니라 '밖', '한데' id: moneyplan 2007-08-07 3066
283 [2007/08/06] 우리말) 아직도 엑기스??? id: moneyplan 2007-08-06 3098
282 [2007/08/03] 우리말) '역활'이 아니라 '역할', '역할'이 아니라 '할 일' id: moneyplan 2007-08-03 3205
281 [2007/08/02] 우리말) '리터당'은 '리터에'로... id: moneyplan 2007-08-02 3133
280 [2007/08/01] 우리말) 리터의 단위는 특수문자나 필기체로 쓴 ℓ이 아닙니다 id: moneyplan 2007-08-01 7620
279 [2007/07/31] 우리말) 탈레반, 정말 밉네요 id: moneyplan 2007-07-31 3051
278 [2007/07/30] 우리말) 담백한 게 아니라 깔끔한 것 입니다 id: moneyplan 2007-07-31 3056
277 [2007/07/28] 우리말) 가위표와 가새표 id: moneyplan 2007-07-31 34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