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25] 우리말) 머드러기와 지스러기

조회 수 2741 추천 수 76 2007.05.28 10:00:32
곧, '줄기와 잎은 물론 알곡까지 다' 소먹이로 쓰는 보리를
영어로 whole-crop barley라고 하는데 이를 우리말로 바꾼 게 '총체보리'입니다.


안녕하세요.

우리 과에 같이 일했던 효주 씨가 이번 주까지만 나오고
다음 주부터는 여기보다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긴다고 하네요.
아직 미처 정이 들지도 못했는데 떠난다니 아쉽습니다.
다른 곳에 가서도 맡은 일 잘하고 뜻하는 바를 꼭 이루길 빕니다.

이제 다른 사람을 뽑아서 같이 손발을 맞추면서 일해야 합니다.
순자 씨가 알아서 좋은 사람을 뽑으시겠죠? ^^*

'머드러기'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과일이나 채소, 생선 따위의 많은 것 가운데서 다른 것들에 비해 굵거나 큰 것을 뜻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여럿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이르죠.

면접을 하다 보면
처음에는 다들 고만고만해 보이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빼어난 사람이 보이게 마련입니다.
바로 그런 사람이 머드러기입니다.

이 머드러기를 뺀 다른 사람, 그 나머지는 '지스러기'라고 합니다.
과일이나 채소, 생선 따위의 많은 것 가운데서 머드러기를 뺀 나머지가 지스러기고,
여러 사람 가운데서 우리 과에 와서 함께 일 할 머드러기를 뺀 다른 사람이 지스러기입니다.

순자 씨!
좋은 머드러기를 뽑아주실 거죠?

그나저나
저를 남들이 지스러기로 보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저도 남들에게는 머드러기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데 아무래도 자신이 없네요.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갈등]

제가 제일 좋아하는 꽃은 도라지 꽃이고,
제일 좋아하는 꽃향기는 등나무 꽃향기입니다.
꽃에서 나는 모든 냄새는 다 좋아 향기겠지만,
저는 특히 등나무에서 나는 향기를 좋아합니다.
연한 자줏빛도 예쁘고요.
요즘 등나무 꽃이 활짝 피었더군요.

오늘은 등나무 이야기로 시작할게요.

등나무 아시죠?
뙤약볕을 피하는 그늘을 만들기 위해 흔히 심는 덩굴나무입니다.
이 등나무는 줄기로 다른 물체를 감으면서 올라갑니다.
따라서 등나무를 다른 물체에서 떼 내기가 무척 힘들죠.

또, 칡 아시죠?
이 칡도 덩굴식물로 다른 물체를 감으면서 올라갑니다.
당연히 다른 물체에서 떼 내기가 힘듭니다.

만약, 이 두 녀석이 서로 감고 올라간다면,
칡과 등나무가 서로 감고 올라가면 그걸 떼 내기는 얼마나 힘들까요?

그게 바로 '갈등'입니다.
칡 갈(葛) 자와, 등나무 등(藤) 자를 쓴 '갈등'은,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불화를 일으키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렇게 보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갈등은
네 탓, 내 탓 할 게 아니라, 서로 잘못한 겁니다.
'갈등'이 서로 상대를 감고 올라가는 덩굴이잖아요.
그저 네 덕이고, 내 탓이려니 하고 살면 편한데...

좋은 꽃이나 나무를 빗대어
좋지 않은 뜻이 있는 '갈등'을 설명하려니,
자연에 좀 미안하네요.

우리말123

보태기)
'길게 뻗어나가면서 다른 물건을 감기도 하고 땅바닥에 퍼지기도 하는 식물의 줄기'를 뭐라고 할까요?
덩쿨?, 넝쿨?, 덩굴? 넝굴?, 넌출?

넝쿨, 덩굴, 넌출이 맞습니다.
덩쿨은 틀리고, 넝굴은 사투립니다.

어떤분은,
칡과 등나무가 다른 물체를 감고 가서 생긴 말이 아니라 칡(갈)은 물체를 감고 갈 때 시계방향으로 감고 올라가고 등나무(등)은 시계반대방향으로 감고 올라갑니다. 그러니 의견이 같을 수가 없겠지요 정반대이니까요 그래서 생긴 말입니다.
라고 하는데, 국립국어원에서는 감는 방향으로 설명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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