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침에 편지함을 열자마자 눈에 거슬리는 제목이 하나 있네요.
국정홍보처에서 온 것인데,
제목이 "2년 더 빨리 취직해서 더 오래 일하세요"네요.

취업 2년 당기고 퇴직 5년 늦춘다

글을 보니,
'비전 2030 인적자원활용 2년 빨리 5년 더 일하는 사회 만들기 전략'이라고 하네요.
뭔지는 잘 모르지만,
'2년 빨리'는 틀렸습니다. '2년 일찍'이 맞습니다.
국정홍보처에서 편지를 보내면서,
이르다와 빠르다도 제대로 못쓰면,
그 편지를 누가 읽어보고, 뭘 배울까요?
정신 나간 국정홍보처네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를 붙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편지를 두 번 드리네요.

오늘도 행복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우리말123


[이르다/빠르다]

날씨가 참 좋네요.
저는 오늘 논에 이삭거름 주러 갑니다.
패암이 잘 되길 빌어주세요.

오늘은,
어제 제가 친구와 통화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친구 : 오랜만이네, 부탁이 있어서... 모 잡지사에 낼 원고인데 좀 봐주게...
제훈 : 그럴게. 지금 전자우편으로 보내다오.
친구 : 이미 보냈어. 좀 바쁜데, 언제까지 봐 줄 수 있어?
제훈 : 요즘 나도 좀 바빠서... 빨라야 다음 주 초쯤 될 것 같은데...
친구 : 좋아. 그 정도면 충분해. 고마워...

저는 이 짧은 통화를 하면서 제 입을 몇 번 때렸습니다.
‘빨라야’가 아니라 ‘일러야’인데...

오늘은 ‘빠르다’와 ‘이르다’의 차이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빠르다’는  
“어떤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라는 뜻으로
속도(速度)와 관계가 있습니다.
‘두뇌 회전이 빠르다, 약효가 빠르다, 걸음이 빠르다, 말이 빠르다, 발놀림이 빠르다’처럼 씁니다.

‘이르다’는  
“계획한 때보다 앞서 있다”는 뜻으로
시기(時期)와 관계가 있습니다.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올해는 첫눈이 이른 감이 있다,
그는 여느 때보다 이르게 학교에 도착했다.
공연이 시작되기에는 시간이 일러서인지 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처럼 씁니다.

제가 어제 전화하면서 제 입을 때린 이유는,
“요즘 나도 좀 바빠서... 일러야 다음 주 초쯤 될 것 같은데...”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요즘 나도 좀 바빠서... 빨라야 다음 주 초쯤 될 것 같은데...”라고 말했으니...
이미 제 입을 떠난 말을 다시 주워담을 수는 없고,
그저 제 입을 때리는 수밖에...

뉴스를 듣다 보면, 가끔,
경제회복 빨라야 내년 초...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것도,
경제회복 일러야 내년 초라고 해야 옳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참 맑고 화창하네요.
그래도 반소매만 입기는 좀 이르죠?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웃으면 복이 온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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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암 : 곡식의 이삭이 패어 나오는 일. 또는 그 이삭. 보리의 패암이 잘되었다. 벼의 패암이 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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