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아침에는 MBC가 저를 실망시키네요.
6:59분쯤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가
"많이 춥다."라고 말했습니다.
추위나 더위의 정도를 나타내는 부사는 '많이'를 쓰면 안 되고
'몹시'나 '꽤'를 써야 바릅니다.
아마도 날씨가 너무 추워 앵커의 입이 덜 풀렸었나 봅니다. ^^*
오늘 이야기 시작하죠.
이제 올해가 가려면 나흘 남았네요.
딱히 해 놓은 게 없다 보니 가는 시간이 아쉽기만 합니다.
올 한 해,
저 때문에 괴로움을 당하셨거나 힘드셨던 분도 계실 것이고,
다른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분도 계실 겁니다.
혹시라도 저 때문에 속상하셨다면 다 용서해 주십시오.
아마도 모르긴 몰라가 제가 제 욕심을 차리려고 남을 힘들게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런저런 제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라는 뜻으로,
용서하다는 뜻의 순 우리말을 소개해 드릴게요.
바로 '풀치다'입니다.
"맺혔던 생각을 돌려 너그럽게 용서하다."는 뜻의 낱말입니다.
풀쳐 생각하다/할아버지께선 아이들의 장난을 풀치셨다처럼 씁니다.
올 한 해 저 때문에 힘드셨다면,
쌓아두지 마시고 풀치고 넘어가십시오.
저 또한 풀치지 못한 게 있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다 풀치겠습니다.
특히 기자님들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용서를 구합니다.
혹시라도 맺힌 게 있다면 다 풀치고 넘어가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복지리 >> 복맑은탕/복싱건탕]
어제는 두 탕을 뛰었습니다.
과 송년회에서는 돼지고기로 속을 좀 채운 뒤,
친구들 모임은 복집으로...
오늘은 복집 이야깁니다.
대부분의 복집에서 두 가지 국을 팝니다.
하나는 매운탕이고 다른 하나는 지리...
‘매운탕’은 보나마나,
복에 채소, 두부 따위와 갖은 양념을 넣고 고추장을 풀어 얼큰하게 끓인 찌개일 것이고,
‘지리’는?
고추장을 풀지 않고 맑은 장국에 복을 넣고 끓인 것을 말하는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지리’는 일본어 ちり입니다. 하루빨리 없애야할 일본말 찌꺼기죠.
이 ‘지리’를 대신할 우리말로,
어떤 책은 ‘백숙’을 추천합니다.
양념하지 않은 채로, 곧, 고기 색이 하얀 채로 익혔다는 뜻이겠죠.
여기에 따르면 ‘복지리’ ‘복백숙’이 되겠네요.
어쩐지 좀 어색하죠?
한글학회는,
‘지리’는 매운탕과 상대되는 것이므로
‘맑은탕’이나 ‘싱건탕’으로 대신하는 것이 좋겠다고 추천합니다.
‘복지리’는 ‘복맑은탕’이나 ‘복싱건탕’이 되는거죠.
지금은 좀 어색하지만,
‘닭도리탕’이 ‘닭볶음탕’으로 고쳐졌듯이,
‘복지리’도 곧 ‘복맑은탕’이나 ‘복싱건탕’으로 자리잡을 겁니다.
어제 복을 먹어서 그런지
오늘은 속이 좀 편하네요.
보태기)
편지를 읽으시면서,
‘어제는 두 탕을 뛰었습니다.’에서 좀 걸리지 않으셨나요?
‘탕’은 속어가 아닙니다.
사전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1.무엇을 실어 나르거나 일정한 곳까지 다녀오는 횟수를 세는 단위.
원주에서 서울까지 하루 두 탕 왕복했다./쓰레기를 세 탕이나 실어 날랐다처럼 씁니다.
2. 어떤 일을 하는 횟수를 나타내는 단위.
아르바이트를 하루에 두 탕이나 뛰다처럼 씁니다.
‘탕’은 속어나 사투리가 아닙니다.
좋은 우리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