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05] 우리말) 과일과 과실

조회 수 5970 추천 수 88 2006.09.05 09:45:34
안녕하세요.

가을입니다. 요즘 과일 참 맛있죠?
제가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을 알려드릴게요.
제철에 나는 싱싱한 과일을 자주 먹는 게 바로 그 비결입니다.

오늘은 아주 쉬운 것으로 골랐습니다.
'과일'과 '과실'을 갈라볼게요.

'과일'은
"나무 따위를 가꾸어 얻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열매"을 뜻합니다.
과일로 술을 빚다, 과일을 먹으면 몸에 좋다처럼 씁니다.
'과일'은 한자가 아니라 순 우리말입니다.

'과실'은
"과일 나무의 열매"를 뜻합니다.
果實(かじつ[까지쯔])라는 일본어에서 온 말입니다.

쉽게 정리하면,
우리가 먹는 나무의 열매는 '과일'입니다.
'과실'은 잊어버립시다.

수확의 계절, 결실의 계절 가을입니다.
과일 많이 드시고 건강하게 사시길 빕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1.
'수확의 계절, 결실의 계절 가을입니다.'라고 쓰면서도 가슴이 아프네요.
실은 수확(收穫, しゅうかく[슈가꾸])과 결실(結實, けつじつ[게쯔지쯔])도 일본말입니다.
지금 바로 뭐라고 다듬을 말이 마땅치 않아서 그냥 쓸 뿐입니다.
(수확은 '거둠'으로 결실은 '여묾'으로 바꿔야 겠지만...)

제 생각에,
우리 주위에 일본말에서 온 단어가 많은데 그런 단어를 당장 모두 바꿀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런 단어가 한두 개가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국회'도 こっかい[곳가이]라는 일본말에서 온 것인데 이걸 곧바로 다른 말로 바꾸기는 마땅치 않잖아요.
'민의의 전당'이라고 하자니 낯이 뜨겁고,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 '도둑놈 소굴'이나 '놈팡이 집단'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러면 몇 되지도 않는, 그래서 더욱 아끼고 사랑해야 할 참 국회의원들에게 미안하잖아요.

언젠가는 일본어 찌꺼기를 모두 거둬내야겠지만,
지금은 뭐가 일본어 찌꺼기인지만이라도 알아야 합니다.
언젠가 우리말편지에서 소개했듯이,
알아야 면장을 하죠.

2. 사내를 낮잡아 이르는 말은 '놈팽이'가 아니라 '놈팡이'입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인데,

오늘 편지에 나온 '알아야 면장'을 소개합니다.

[알아야 면장을 하지]

지난 주말에 오랜만에 고향에 갔었는데요.
저는 고향에 가면 가끔 읍내에 나갑니다.
그냥 이것저것 뭐가 얼마나 변했는지도 궁금하고, 친구들도 볼 겸...

읍내에 가면 면사무소가 있죠.
그 면사무소를 보면 꼭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옛날에 동네 이장이나 면장이 유식한 사람들 층에 속하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라거나,
면장이 세상 사는 이야기를 두루 알고 있어야 지역 주민의 이해와 요구를 적극 수용할 수 있다는 데서 나온 말이 아닙니다.

‘알아야 면장을 하지’에서,
면장은 面長이 아닙니다.
이장, 군수, 면장과는 전혀 상관없는 말입니다.

이 말은, 옛날,
공자가 아들에게
“사람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마치 담장을 마주 대하고 서 있는 것과 같다”라고 하는데서 유래한 말입니다.

곧,  
뭘 알아야지
담장(牆)에서 얼굴(面)을 면(免)한다는 면면장(免面牆)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면장(面牆)하면 아는 게 없음을 일컫는 것이고,
면장(免牆)하면 아는 게 많아, 담장을 마주 대하는 데서 벗어나는 것이죠.

이런 유래를 가진 말이,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말인데,
그걸 모르고,
“나는 면장을 할 수 있는데, 누가 시켜줘야 해먹지!”라고 큰소리치면 안 되겠죠? ^^*

오늘도 많이 웃는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혹시 알아요?
많이 웃으시면 누가 면장(面長) 시켜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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