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01] 우리말) 나염이 아니라 날염입니다

조회 수 7304 추천 수 87 2006.09.01 10:20:04
안녕하세요.

벌써 9월입니다.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합니다.

얼마 전에
도시 소비자의 단 2%만이 농촌진흥청이 있다는 것을 안다는 조사결과를 본 적이 있습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제가 일하는 곳을 이렇게 모르시다니...^^*

농촌진흥청은 농사와 관련된 일만 하는 게 아닙니다.
도시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도 많이 합니다.
어떻게 하면 내 식구가 먹는 밥상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차릴 수 있는가,
요즘 많이 찾는 참살이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내산과 외국산 농산물을 어떻게 가를 수 있는가,
참살이를 위한 천연 염색은 어떻게 하는가 등...

오늘은 염색이야기로 시작해 보죠.
염색할 때, '나염'이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피륙에다 무늬가 새겨진 본을 대고 풀을 섞은 물감을 발라 물을 들여,
"피륙에 부분적으로 착색하여 무늬가 나타나게 염색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대부분 '나염'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날염'을 잘못 쓰고 있는 겁니다.

국어사전에 보면 '나염'은 이렇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우리말 큰 사전


도장 찍는 것을 날인한다고 하죠?
찍을 날(捺) 자에 도장 인(印) 자 입니다.
바로 이 '찍을 날'자를 써서 날염이라고 합니다.
찍을 날(捺) 자에 물들일 염(染) 자를 쓴 게 '날염'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 중에 엉터리가 참 많답니다.
우리말이 어렵다고 생각하시기 전에,
내가 얼마나 관심을 두고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합니다.

더불어서
내가 먹는 모든 것은 농업에서 나온 것임을 알고,
그 먹을거리를 총 책임지는 곳이 제 일터인 농촌진흥청이라는 것도 같이 알아주심이...^^*

우리말123

보태기)
1. 피륙 : 아직 끊지 아니한 베, 무명, 비단 따위의 천을 통틀어 이르는 말.

2. '날인'은 일본어(捺印, なついん[나쯔잉])에서 온 말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아직 다듬지는 않았지만, 도장을 찍다로 다듬어서 쓰는 게 좋겠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자료입니다.

[모발]

며칠 전 시장에서 샴푸를 하나 샀습니다.
통에 붙은 광고를 보니,
‘천연원료를 써서 모발이 상하지 않습니다.’라고 쓰여 있더군요.

꼭 모발이라고 써야하나...
모발(毛髮)은  
사람의 몸에 난 털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꼭 머리에 난 털인 머리카락만을 이르는 게 아닙니다.
머리카락만을 가리키는 단어를 굳이 찾자면 두발(頭髮)이 맞겠죠.

“머리카락의 질이나 상태”를 이르는 게 ‘머릿결’이잖아요.
천연원료를 써서 머릿결이 상하지 않고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는 말이잖아요.
그럼 당연히 ‘머릿결’을 써야죠. 왜 이런 좋은 우리말을 두고,
굳이 ‘모발’을 쓰는지...

저 같으면,
‘천연원료를 써서 모발이 상하지 않습니다.’ 대신
‘천연원료를 써서 머릿결이 고와집니다.’나,
‘천연원료를 써서 머릿결에서 윤이 납니다.’라고 쓰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우리말, 우리글을 쓰자고 하면,
어떤 분들은,
“당신은 영어도 못하고 한자도 몰라서 그런다.
한자나 영어를 쓰면 의미전달이 훨씬 잘 된다.“라고 강조하는 분이 계십니다.
경우에 따라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글,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뭘 하겠다는 건지...

오늘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83336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9047
2596 [2017/06/09] 우리말) 부치다와 붙이다 머니북 2017-06-13 4305
2595 [2017/06/08] 우리말) 초콜릿 머니북 2017-06-08 4790
2594 [2017/06/07] 우리말) 가뭄 해갈 머니북 2017-06-08 2697
2593 [2017/06/05] 우리말) 답 그리고 정답 머니북 2017-06-05 3230
2592 [2017/06/02] 우리말) 갑질 openmind 2017-06-03 3349
2591 [2017/06/01] 우리말) 예초와 풀베기 openmind 2017-06-03 3137
2590 [2017/05/31] 우리말) 멀찌가니/멀찌거니 머니북 2017-05-31 3274
2589 [2017/05/30] 우리말) 무고하다 머니북 2017-05-31 2808
2588 [2017/05/29] 우리말) 잘못 쓴 한국어 바로잡기 머니북 2017-05-31 3178
2587 [2017/05/26] 우리말) ㅍ 받침을 쓰는 말들 머니북 2017-05-29 4411
2586 [2017/05/25] 우리말) 우와기와 한소데 머니북 2017-05-26 3294
2585 [2017/05/23] 우리말) 육교 머니북 2017-05-24 3133
2584 [2017/05/19] 우리말) 업 머니북 2017-05-19 2748
2583 [2017/05/18] 우리말) 해찰하다/헤찰하다 머니북 2017-05-18 5485
2582 [2017/05/17] 우리말) 색깔과 관련된 우리말 머니북 2017-05-18 7809
2581 [2017/05/16] 우리말) 농식품부에서 만든 책 머니북 2017-05-16 2815
2580 [2017/05/15] 우리말) 영부인과 여사 머니북 2017-05-15 3895
2579 [2017/05/12] 우리말) 안다미, 안다미로, 안다니 머니북 2017-05-12 3979
2578 [2017/05/11] 우리말) 협치 머니북 2017-05-11 3256
2577 [2017/05/08] 우리말) 단어를 바꾸면 태도가 바뀐다 머니북 2017-05-11 3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