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어제는 갑자기 서울에 갈 일이 있어서 편지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서울가는 기차에서 쓴 짧은 글이 있기에 함께 읽고자 합니다.

갑질에 대한 짧은 생각

요즘 갑질에 대한 말이 많습니다. 대리점 갑질부터 해서 최근에는 공관병갑질이라는 말도 나왔고, 대통령께서도 "정부 모든 부처의 갑질문화를 조사해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http://m.news.naver.com/read.nhn…)
그래서 그런지 '갑질과의 전쟁선포'나 '갑질문화 척결' 따위 섬칫한 말들이 많이 나돕니다.
'갑질'은 갑을관계에서의 ‘갑’에 어떤 행동을 뜻하는 뒷가지인 ‘질’을 붙여 만든 말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입니다. 갑질은 당연히 없애야할 일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것은 갑질에 딸려오는 말을 좀 가려서 쓰자는 겁니다.
먼저, 갑질문화라고 하는데, 여기에 문화가 어울리는 말일까요? 문화는 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 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온 물질적·정신적 과정의 산물을 이릅니다. 그러나 갑질은 권력의 우위에 있는 몇몇 못된 사람들이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입니다. 굳이 '문화'까지 붙여 거창한 포장을 해줄 가치가 없는 낱말입니다. 갑질하는 짓과 함께 갑질이라는 낱말도 없애야합니다.

갑질척결에서 '척결'은 살을 도려내고 뼈를 발라낸다는 뜻으로 나쁜 부분이나 요소들을 깨끗이 없애 버린다는 뜻으로 씁니다. 갑질에 잘 어울리는 낱말이긴 하지만, 너무 거친 낱말입니다.
갑질문화에 대한 전쟁선포도 마찬가지 입니다. 말이 너무 무섭고 거칩니다.
삶에서 쓰는 말이 거칠면 그 사람의 행동도 거칠게 됩니다. 갑질은 마땅히 없애야하지만, 거친 말을 쓰면서는 쉽게 없앨 수 없습니다. 두꺼운 겨울 외투를 벗기는 것은 차가운 칼바람이 아니라 부드럽고 따뜻한 햇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드럽고 긍정적인 말로 갑질을 없애고자 애쓸 때 비로소 우리삶에서 그런 못된짓을 도려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갑질문화 척결'보다는 '존중과 배려문화 확산'이라고 하는 게 더 중요하고 바른 길이라고 봅니다.

그냥 서울가는 기차에서 심심해서... ~^^

아래는 2011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달인]
안녕하세요.

새 일터에서는 모든 게 새롭게 낯서네요.
컴퓨터도 낯설고, 자판도 손에 익지 않고, 의자도 편하지 않고...
그러나 이러한 주변 것보다 훨씬 놀란 게 여기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실력입니다.
정말 이 분야의 달인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참으로 대단한 분들만 모여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일본말 공부를 해볼까요? ^^*
아래 일본말 월(문장)을 번역해 보십시오.
學問や技芸に通じた人。 
일본말을 몰라도
학문... 기예... 통... 사람...은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번역하면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위에 있는 월은 네이버 일본어사전에서 달인을 찾아 나온 겁니다.

이제 우리나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달인(達人)을 찾아보면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고 나옵니다.

그렇습니다.
달인은 일본말에서 왔고,
더 창피한 것은 우리나라 사전이 일본말 사전에 오른 뜻풀이까지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땅히 달인을 갈음할 우리말을 알려 드릴 재간은 없지만
사전 뜻풀이까지 같은 것을 보니 가슴이 아픕니다.

사전은
여러 낱말만 모아 놓은 게 아니라고 봅니다.
사전은 한 나라 말글살이 뿌리가 되고,
그 나라 국민의 삶과 넋이 녹아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76375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1894
2636 [2017/09/01] 우리말) 머드러기와 부스러기 머니북 2017-09-07 2705
2635 [2017/08/30] 우리말) 뜻밖에 머니북 2017-08-31 2407
2634 [2017/08/28] 우리말) 첫째와 첫 번째 머니북 2017-08-31 2373
2633 [2017/08/25] 우리말) 자주 틀리는 맞춤법 머니북 2017-08-31 2636
2632 [2017/08/24] 우리말) 여우다와 여의다 머니북 2017-08-31 4059
2631 [2017/08/22] 우리말) 반려견 머니북 2017-08-23 2875
2630 [2017/08/21] 우리말) 미련 머니북 2017-08-21 2443
2629 [2017/08/16] 우리말) 달걀과 계란 머니북 2017-08-18 2718
2628 [2017/08/14] 우리말) 갑질에 대한 짧은 생각2 머니북 2017-08-16 2475
» [2017/08/11] 우리말) 갑질에 대한 짧은 생각 머니북 2017-08-16 2686
2626 [2017/08/09] 우리말) 비빈밥’과 ‘덧밥’ 머니북 2017-08-09 3228
2625 [2017/08/08] 우리말) 미어지다 머니북 2017-08-09 2671
2624 [2017/08/07] 우리말) 블라인드 채용 머니북 2017-08-07 2592
2623 [2017/07/28] 우리말) 야단법석 머니북 2017-08-02 2581
2622 [2017/07/27] 우리말) 굴레와 멍에 머니북 2017-07-27 2368
2621 [2017/07/26] 우리말) 어쭙잖다 머니북 2017-07-27 3106
2620 [2017/07/24] 우리말) 중소벤처기업부 머니북 2017-07-24 2297
2619 [2017/07/21] 우리말) 붇다 머니북 2017-07-21 2406
2618 [2017/07/17] 우리말) 때마침 머니북 2017-07-17 2274
2617 [2017/07/14] 우리말) 아닐 수 없다 머니북 2017-07-17 2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