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11] 우리말) 빌다와 빌리다

조회 수 2759 추천 수 0 2015.09.11 15:55:55

자주 틀리는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리고...'는
이러한 기회를 이용해서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므로
'빌어'가 아니라 '빌려'가 바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간이 작아서...

국정감사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이 자리를 빌어..."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리고, 소개하고, 설명하고......

'빌다'에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바라는 바를 이루게 해 달라고 신이나 사람, 사물 따위에 간청하는 것과
누군가에게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입니다.

'빌리다'는 
"남의 물건이나 돈 따위를 나중에 도로 돌려주거나 대가를 갚기로 하고 얼마 동안 쓰다"는 뜻과
"남의 도움을 받거나 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믿고 기대다."는 뜻이 있습니다.

문제는
'빌리다'를 써야 할 자리에 '빌다'를 잘못 쓰는 때가 잦다는 겁니다.
‘빌리다’는 남의 물건이나 돈 따위를 나중에 돌려주거나 대가를 갚기로 하고 얼마 동안 쓰다, 남의 도움을 받거나 사람이나 물건을 믿고 기대다, 일정한 형식이나 이론, 또는 남의 말이나 글을 취해 따르다,

친구에게 연필을 '빌려' 쓰는 것이고,
친구 손을 '빌려야' 일을 제대로 마칠 수 있으며,
머리는 '빌릴' 수 있으나 건강은 '빌릴' 수 없습니다.

자주 틀리는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리고...'는
이러한 기회를 이용해서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므로
'빌어'가 아니라 '빌려'가 바릅니다.

억지로 따져보면,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리고...'는
'이 자리에게 용서를 빌어 감사를 드리고...'가 될 겁니다. 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요. ^^*

세상 살면서 되도록이면 용서를 비는 것보다는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나눠주며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고맙습니다.

아래는 지난 2009년에 보냈던 편지입니다.

 

[해사하다]

안녕하세요.

어젯밤 11:56, KBS1에서 한 탤런트가 "각국의 정서가 틀리다"라고 이야기 했고,
자막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아직도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별 못한다는 게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오늘 아침 KBS뉴스에서는
교복 이야기를 하면서 '곤색'이라고 씌여진 천을 보여줬습니다.
곤색은 "검은빛을 띤 푸른빛"을 뜻하는 일본말(紺色, こんいろ[곤이로])입니다.
紺을 こん[곤]이라 읽기에 우리도 '곤'을 그대로 따와서 紺色을 '곤색'이라고 합니다.
국립국어원에서 감색으로 다듬었습니다.
하필이면 '곤색'을 보여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침부터 이것저것 챙기느라 정신이 없어 이제야 편지를 보냅니다.
이제는 하늘이 제법 맑아졌네요. 아침에는 안개가 짙게 끼어 있었는데...

우리말에 '해사하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그림씨(형용사)로 
얼굴이 희고 곱다랗다, 표정, 웃음소리 따위가 맑고 깨끗하다, 차림, 자태 따위가 말끔하고 깨끗하다는 뜻입니다.
다 좋은 뜻이죠? ^^*

해사한 맵시를 갖춘 여러분,
오늘도 해사하게 웃으시는 해사한 얼굴로 보내시길 빕니다.

즐거워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면 즐겁다고 하잖아요.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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