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16] 우리말) 따뜻한 편지

조회 수 2788 추천 수 0 2014.10.16 14:03:13

안녕하세요.

무척 쌀쌀하네요.
어제는 편지 보내는 것을 깜빡 잊었습니다. ^^*

오늘은 우리말이 아닌어떤 분이 보내주신 편지를 소개합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편지를 받았기에,
보내주신 분의 허락을 받고,
여러분과 같이 읽고자 합니다.


성 박사님,
안녕하세요?
오늘 보내주신 우리말 편지를 읽으면서
성 박사님의 따뜻함이 전해 오는 것 같네요.
기온은 올 들어서 제일 차갑다는데...
따듯함을 느끼는 마음이 어울리지 않죠?

이게...아마도
나이 탓에 감정 조절이 여의치 않음이겠지요,

가을이 점점 깊어져요
창문 열면 
밖에 나오면 
그저 보이는 것이 온통 가을 뿐,
싸늘함이 물씬 풍기는 바람,
지나가는 새들의 울음 소리
그저 외롭고...그런 계절
가을 새벽에 안개가 얇게드리우면
멀리 보이지 않는 희뿌연함
그 속에서
젊은 사람들은  희망을 펼치고
나이든 사람은 무상함을 느끼는 계절
그게 지금 같은 늦 가을,
가을이 무르 익어요

은행 잎에서...
노란 물이 묻어 나올듯...
파란 하늘은
청색 물감을 들인듯,..
마음 조차 차갑게 느껴지고
누런 들판은 황금색 옷이구요,
고개 숙인 수수 모가지가
제 힘에 버겁다 아우성 치는 것 같고
창문 앞 감나무
어느새 잎은 지고
빨간 감만 남았어요,
찬 서리 맞으면 따야지..
그러면서 서리를 기다리는 게으름을 피고 있습니다,

전번 주말이.... 
시월 두번 째 주말
오전에 서너시간 산을 즐겼습니다,
가다가 쉬다가...
파란 하늘 보고,
흰구름에게 반갑다...
이야기를 하면서
다람쥐에게 손을 흔들고,...

그렇게 놀다가 걷다가...
옹달샘이 앉아서
물도 마시고...
손도 씼으면서....
차갑다고...
외마딧 소리도 지르고....

집에 돌아와서
샤워로 몸을 정갈 하게..
점섬 먹고서 커피까지...
그윽한 이티오피아 원두 커피 냄새에...
쌈사롭한 맛까지 즐기고는
그리고 쇼파에 앉아서
고개를 떨군채....
오수도 즐겼습니다,

지금의 나,
토목을 전공하고
평생을 농림부에서 일을 하다가.
나이가 들어서 정년을 하였으니
지금은 능력이 사라진
초로의  삶이죠.

지난 주말처럼
산에 오를 수 있으니 건강이 받쳐주고.
옹달샘을 벗 삼아서 놀고
달리는 다람쥐에게 말을 건넬 수 있으니...
정서적으로 안정 된 셈이고...
아내가 곁에서 말을 걸고
결혼해서 사는 아들 딸이 전화로 안부를 묻고
자주 들르는 손자가 있어서 할아버지 라고 불러주니...
외롭지 않고...
이러한 지금의 내 삶
어느 갑부가 부러울꼬???.
그러면서 스스로 행복해다고 생각합니다,

마음 편치요,
몸도 편치...
게다가 
누가 보자고를 하나..
만날 사람이 정해지길 하였나.
딱히 갈데가 있나,
급한 일은 더더욱 없죠.
업무 때문에 술 마시고 아플 일 없고,
가고 싶으면 가고
졸리면 잠을 자고
놀고 싶으면 놀고...
그렇게... 속절없이
세월이 가건만

아아...

지금이 너무 좋답니다,

돈이 없으니

누가 꾸어 달라 보채기를 하나..

어느 놈이 담 넘오 올 일이 없지요.

마음 편히...

배부르면 두디리고

고프면 먹고

허리가 아프면 

굽혔다가 폈다가...

왼편으로 돌리고 

원위치...

오른 편으로 돌리고,

원위치...

온 세상이 내가 즐기는 마당 같습니다,



마음이 가벼우니 

몸도 가볍죠,

마음에 무거운 짐을 지지 않았으니..

몸도 무거운 짐이 없구요.

무겁지 않으니 편하고

하루가 편하고 일상이 편안 할 밖에....



어느 날

70
대 초반의 노인네 부부가

산기슭에 잘 다듬어진 편편한 산책로를 

두 손 맞주 잡고 걷습니다,

천천히... 편안하게..



그러다가 할아범이

할멈에게 업어주겠다고 제안합니다,

할멈은 못 이기는 척,

아주 쑥쓰러운 척...

그렇게 빼다가,

냉큼 할아범 등에 오름니다,



가볍습니다,

할아범이 한탄합니다,

임자아..

너무 가볍수,

평생 나와 우리 가정을 위해서

죽 어라... 일만 한 당신,

그렇게 일을 하느라...

당신 몸에서 진기가 모두 빠졌나 보우.

그럼서 한숨을 푸욱 내쉬었죠,



그런 할아범을 보면서

할멈이 이야기를 합니다,

아니..

여보!

당신 어째서 그리 마음이 변한게요오

마음 변하면...

그럼서 할머니는 하늘을 봄니다

그리고 허허로운 마음으로 숨을 쉼니다,



할아버지에게

내려 달라고 이야기합니다,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섬니다,

두 사람은 눈을 맞춤니다,

두 눈에는 사랑이 그윽하죠.

그리 살아야죠,

그게 노년의 부부죠.



아옹다옹...

그래봤짜 공동으로 손햅디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지고가 어디에...

그저 서로 이기고 

서로 지고 그렇죠.





평화로운 화요일 오전

나른함이 엄습합니다,

연구원 사무실입니다

이럴 땐... 쎌프 커피나...

그러면서 컴퓨터 자판 앞을 떠났죠

다시 창밖을 봅니다,


노란 은행잎이 정겹습니다,



소리없이 오가는 계절,

하지만 눈으로는 보이지요

하루가 다르게 익어가는 이 가을

항상 건강 하고

......행복하게 즐기면서 사세요.



그리고 

성 박사님,

새로 지은  집에서,

새로운 진흥청 건물에서,

가족과 직장 동료와 함께

풍성한 가을 걷이를 하세요,

그리 되시라고... 빌겠습다,





아름다운 편지,

따뜻함을 전달 받는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
안전선 안과 밖]

안녕하세요.

어떤 시인이 하나님은 모든 곳에 갈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드셨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오늘따라 어머니 생각이 나네요.
저는 지금 제 지갑에 있는 부모님 사진을 보면서 우리말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6:29 KBS 뉴스에서 "많이 덥다."라고 했습니다. '무척 덥다.'고 하시는 게 맞습니다.
7:32 MBC
뉴스에서는 '3천억원 영화'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단위를 나타내는 이름씨(명사)는 앞에 오는 말과 띄어 써야 하므로 '3천억 원'이 맞습니다.
7:55 MBC
라디오에서도 "많이 덥다"라고 했습니다.
... 제대로 좀 하지...


며칠 전에는 우연한 기회에 서울에 있는 국방부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해변대'를 나와서 국방부 근처에만 가도 기가 좀 죽습니다. ^^*

저는 서울에 갈 때 전철을 탑니다촌놈이라 서울 길을 잘 모르거든요.
역에서 전철을 기다릴 때 듣는 소리가
"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승객 여러분은 안전선 안으로 한 걸음씩 들어와..."라는 안내방송입니다.

이게 몇 년 전에는
"
지금 열차가 도착하고 있습니다승객 여러분은 안전선 밖으로 한 걸음씩 물러나..."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다른지 아시겠어요?

무심코 지나치는 말이지만,
'
안전선 밖'은 위험하고 '안전선 안'은 안전한 곳으로 두 말은 전혀 다른 말입니다.
'
안전선 밖으로 한 걸음씩 물러나'라고 하면 안전한 곳으로 들어오지 말고 안전선 밖에 있는 철길로 한 걸음 더 들어가라는 말이 됩니다.
엉터리죠그래서 몇 년 전부터 안내하는 말을 '말이 되게바꾼 겁니다.

또한그 김에 도착도 들어온다로 바꿨습니다.
도착은 이미 차가 들어온 것을 뜻합니다지금 들어오고 있는 것과는 다릅니다.
게다가 들어온다는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일본어투 도착(とうちゃく[도우샤쿠])을 쓸 까닭이 없잖아요.

오늘도 별 탈 없이 '안전하게잘 보내시길 빕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
해변대'는 제가 만든 낱말입니다.
해변을 지키는 방위라는 뜻입니다. ^^*


어제 보내드린 편지를 보시고 아래와 같은 답장을 주셨네요.
ksw???@naver.com
위 글에서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라고 쓰셨는데 '지금 열차가 들어옵니다.'라고 쓰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이수열 선생께서는 선생이 쓰신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말 바로 쓰기' 279쪽에 <우리말다운 논리로 판단하면 '움직임'이나 '상태'는 모두 그 자체가 찰나에 끝나지 않고 잠시라도 지속(진행)하는 것이므로움직임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말에 '계속 진행함'을 뜻하는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또한 <예를 들면아이가 논다(잔다운다젖을 먹는다)고 할 때그 표현은 자체에 놀거나 자거나 울거나 젖 먹는 행동을 계속하는 뜻이 있으므로 '아이가 놀고 있다자고 있다울고 있다젖을 먹고 있다'고 할 필요가 없다정 성에 차지 않으면동사 서술어 앞에 계속마냥아직도여전히 따위 부사어를 쓰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
영어의 'be+~ing'형을 흉내 낸 것--- 중략 --- 마치 우리말을 서투르게 배워 쓰는 외국인 말 같은 표현은 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저는 공감합니다.
광주광역시 지하철 안내말에 "00행 열차가 들어 오고 있습니다"라고 해서 "00행 열차가 들어 옵니다"로 바꿔야 한다고 광주지하철공사에 비공식으로 건의했으나 받아드려지지 않습니다안타 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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