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무더위가 지나가고 전어구이에 입맛이 당기는 철이 다가왔다.
이 말을 올바로 쓰려면 “(전어를) 구워먹고/구워먹다”로 적어야 한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인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읽겠습니다.


이렇게 소리 내고 저렇게 쓰는 말들-성기지 학술위원

말을 할 때는 못 느끼다가도 막상 글로 옮겨 적을 때에는 표기가 헛갈렸던 경험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가령, ‘사귀다’라는 말을 ‘사귀어’, ‘사귀었다’처럼 표현할 때 현실적으로 [사겨], [사겼다]로 줄여서 말하고 있지만, 이러한 준말을 옮겨 적을 방법이 없다. 한글에는 ‘위’와 ‘어’ 소리를 합친 모음자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겨], [사겼다]로 소리 내고 ‘사귀어’, ‘사귀었다’로 적는다.

달궈진 프라이팬이나 뜨거운 그릇을 모르고 만졌을 때, “앗 뜨거!” 하면서 비명을 지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짧은 비명을 글로 옮겨 적을 때에는 “앗 뜨거!”라고 적으면 안 된다. ‘뜨겁다’는 ‘뜨거워’, ‘뜨거우니’, ‘뜨거워서’ 들처럼 어미변화가 일어나는 말이므로, 이때에는 “앗 뜨거워!”라고 적어야 한다. 순간적으로 비명을 지르는 거니까 말을 할 때에야 ‘뜨.거.워.’까지 안 하고 그냥 ‘뜨거!’라고 소리쳐도 되겠지만, 글로 적을 때에는 맞춤법에 맞게 적어야 한다.

이제 무더위가 지나가고 전어구이에 입맛이 당기는 철이 다가왔다. 흔히 “(전어를) 구어먹고”라고 적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말을 할 때에는 [구어먹다]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이 말을 올바로 쓰려면 “(전어를) 구워먹고/구워먹다”로 적어야 한다. ‘굽다’는 ‘구워’, ‘구우니’, ‘구워서’ 들처럼 어미변화가 일어나는 말이기 때문이다. 말을 할 때에도 되도록 규범에 맞게 [구어먹다]보다는 [구워먹다]로 말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헛가래질과 헹가래]

"오랜만에 가래나 맞춰보자!"
"예? 가래를 맞춰요?"
"니하고 오랜만에 같이 일하게 됐응깨, 일 시작하기 전에 손 맞추듯이 삽을 맞춰야 안 쓰것냐."

지난 주말에 어머니와 나눈 이야기입니다.
저는 중학교를 마치고 고향을 떠나왔기 때문에 농사일을 별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에 고향에 가서 아버지 산소에 나무 몇 그루 심고
집에 오는 길에 어머니와 함께 고추밭을 좀 일궜거든요.
그때 어머니가 일 시작 전에 저와 손을 맞추고자 가래를 맞추자고 하신 거였습니다. ^^*
제가 농업기계를 전공했는데도 저희 집에는 농기계가 단 한 대도 없습니다.
그 흔한 트랙터나 경운기 한 대도 없습니다.
어머니 혼자 계시다 보니 농사일 하는 도구는 오로지 삽과 호미뿐입니다. ^^*
그 삽으로 며칠 전에 고추 심을 두둑을 만들었습니다.

삽과 비슷한 가래라는 게 있습니다.
삽은 아실 것이고, 가래는 삽보다 조금 깁니다.
여기까지가 기초 공부입니다. ^^*

'헹가래'라는 말 아시죠?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의 네 활개를 번쩍 들어 자꾸 내밀었다 들이켰다 하는 일. 또는 던져 올렸다 받았다 하는 일."로
기쁘고 좋은 일이 있는 사람을 축하하거나 잘못이 있는 사람을 벌줄 때 하는 겁니다.
헹가래를 치다, 헹가래를 올리다처럼 씁니다.

이 헹가래가 실은 가래를 맞추는 데서 나왔습니다.
농사일 할 때 가래를 많이 쓰는데 본격적인 일에 앞서 실수를 막고자 미리 손을 맞춰보는 것을 '헛가래질'이라고 합니다.
이 '헛가래'가 '헌가래', '헨가래'를 거쳐 지금의 '헹가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쓰는 말에는 농업에서 온 게 무척 많습니다.
20년쯤 전부터 정보화사회라고 하고,
그전 200년쯤 전부터 산업화사회라고 하고,
그 이전부터 수천 년이 농경사회였으니 농업에 우리 선조의 넋과 문화가 녹아 있는 것은 마땅합니다.
그래서 농사짓는 제가 이렇게 우리 글을 알리는데 힘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오랜만에 어머니와 가래를 맞춘 느낌이 지금도 손에 남아 있습니다.
그 느낌 오래오래 지니며 즐겁게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

오늘 편지는 좀 길었네요.
내일은 짧게 쓸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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