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처럼 '의'를 쓰는 것은 좋은 글쓰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한글날', '어린이날'처럼 '의'를 빼고 쓰는 게 깔끔하고 깨끗한 우리말 쓰기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비가 오고 난 뒤부터는 조금 추워질 거라고 합니다.
늘 건강 잘 챙기시길 빕니다.

어제가 한글날이었습니다.
오늘부터 우리말을 사랑하고 아끼자는 이야기가 쏙 들어가고 일 년 뒤나 그런 이야기가 나올까 두렵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지난주에도 말씀드렸듯이
한글날을 앞두고는 우리말 편지를 쓰기가 두렵습니다. 괜히 동티낼까 겁나기도 하고요.

1.
지난 1일은 '국군의 날'이었으며, 5일은 '세계한인의 날'이고, 8일은 '재향군인의 날', 15일은 '체육의 날', 20일은 '문화의 날', 21일은 '경찰의 날', 28일은 '교정의 날', 30일은 '저축의 날'입니다.
이렇게 무슨 날을 만들어서 기리는 것은 좋은데,
'-의'처럼 '의'를 쓰는 것은 좋은 글쓰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한글날', '어린이날'처럼 '의'를 빼고 쓰는 게 깔끔하고 깨끗한 우리말 쓰기입니다.

2.
며칠 전에 '단어'를 쓰지 않고 '낱말'을 쓰는 게 좋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단어'를 자주 쓴 제가 '창피'하다고 했고, 이는 '창피'가 아니라 '부끄럽다'고 하는 게 좋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한자로 된 낱말보다는 깨끗한 우리말이 더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한자말이 많이 들어간 편지를 씁니다.
며칠 전에 보낸 편지에서
우수한 한글에 제 편지가 누가 될 것 같아 걱정되는 것이죠.
의미 있는 한글날 맞이라는 제목을....    좋을 것 같아 연결합니다.
라는 글을 썼는데, 여기에도 고칠 낱말이 많네요.
'우수한 한글'보다는 '뛰어난 한글'이 좋고,
'의미 있는 한글날'이 아니라 '뜻깊은 한글날'이 더 좋으며,
'연결합니다'보다는 '잇습니다'가 훨씬 보기도 좋고, 읽기도 쉽습니다.

3. 
아침부터 제가 제 잘못을 이렇게 떠벌리면서도 저는 부끄럽지 않습니다.
이렇게 공부하면서 제가 모르는 것을 하나씩 배우고, 더 나가서는 제가 모른 다른 것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죠.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2006년 이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알타리김치가 아니라 총각김치]

어제 어머니가 시장에 가셔서 무를 사다가 김치를 담그셨네요.
오늘 아침 밥상머리에서 어머니가
"어제 시장에 갔더니 알타리무가 튼실해서 몇 개 사다가 김치를 담갔다. 부드럽고 좋으니 많이 먹거라."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습니다.
며칠 동안은 그걸로 밥 좀 먹게 생겼습니다.

알타리무 아시죠?
무는 무인데, 무가 그렇게 크지 않고 중간쯤까지는 가늘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갑자기 둥그렇게 커진 무 있잖아요.
그걸로 김치를 담그면 알타리김치라고 하는데요.
실은 알타리무나 알타리김치는 사투리입니다.
표준말은 총각무와 총각김치입니다.
"굵기가 손가락만 한 또는 그보다 조금 큰 어린 무를 무청째로 여러 가지 양념을 하여 버무려 담근 김치"가 바로 총각김치입니다.

여기에 쓴 총각은 總角입니다.
1988년에 표준어 규정을 개정하면서 순 우리말인 ‘알무’나 ‘알타리무’가 별로 쓰이지 않는다며,
한자어인 ‘총각무’를 표준어로 정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그래서 지금은 총각무가 표준어입니다.

옛 총각들은 장가를 가기 전엔 머리를 뒤로 묶어 늘어뜨렸는데,
그렇게 머리를 양쪽으로 갈라 뿔 모양으로 동여맨 머리를 '총각'이라고 했었다고 합니다.
그런 머리를 한 사람은 대개가 장가가기 전의 남자라서 "결혼하지 않은 성년 남자"를 총각이라고 했고,
그 머리 모양을 닮은 "무청째로 김치를 담그는, 뿌리가 잔 어린 무"를 총각무라고 한다네요.
두말할 것 없이 그 무로 담금 김치가 총각김치죠.

총각김치와 함께 홀아비김치라는 것도 있습니다.
"무나 배추 한 가지로만 담근 김치"를 뜻하는 어엿한 표준어입니다.

벌써 입맛이 돌죠?
오늘도 좋은 음식 맛있게 많이 드세요. 
그게 다 저 같은 농사꾼 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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