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6] 우리말) 차례 상 차리기

조회 수 2509 추천 수 0 2012.01.06 09:53:42

다시 말하면, 차례 지내는 비용과 가족 수와 관련지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런 TV나 라디오 방송을 조상님들이 들으신다면 뭐라고 할까? 
자기들 먹기 위해 음식 장만하면서 우리 귀신들 핑계 쳐서 차례상을 들먹인다고 어처구니없어할 것 아닌가?

안녕하세요.

오늘은 주광현 님이 써서 보내주신 우리말 편지를 붙입니다.
이렇게 여러분이 우리말 편지를 써서 보내주시면 같이 읽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의미를 알고 방송을 하는가]
오늘 날짜(1. 4.)로 보아 설 명절이 오려면 아직도 18일이나 남았다. 
그런데 오늘도 아니고 벌써 며칠 전부터 TV와 라디오에서는 뛰는 물가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방송을 하고 있다.(KBS1 TV 방송과 KBS1 라디오 방송 내용) 
"올해 설 명절에 차례를 지내기 위해서는 4인 가족 기준 25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한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돈 액수가 아니다. 과연 이런 말이 맞는가이다. 
'차례'란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차례'란 
"음력 매달 초하룻날과 보름날, 명절날, 조상 생일 등의 낮에 지내는 제사."라고 돼 있다. 
그렇다. '차례'란 명절을 비롯한 특정한 날 조상님께 낮에 지내는 제사이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는 제수(祭需)를 장만해야 한다. 
제사 음식 재료인 제수를 장만하는데 왜 살아 있는 가족 수가 들어가야 하는가이다. 
살아 있는 가족도 돌아가신 조상님과 같은 신 (神)이란 말인가? 

다시 말하면, 차례 지내는 비용과 가족 수와 관련지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런 TV나 라디오 방송을 조상님들이 들으신다면 뭐라고 할까? 
자기들 먹기 위해 음식 장만하면서 우리 귀신들 핑계 쳐서 차례상을 들먹인다고 어처구니없어할 것 아닌가?

명절 때 차례는 중요한 의식이다. 
따라서 명절 하면 차례가 떠오를 만큼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차례상과 가족 수와는 별개의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방송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이번 설(추석) 명절에 4인 가족 기준으로 설(추석)을 쇠려면 차례상을 포함하여 25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필자가 기억하기에는 이번 설 뿐만 아니다. 
매년 추석 때나 설이 돌아오면 한 달 전부터 차례상 타령이 나온다. 
조상님이 민망해서 명절이 돌아와도 차례상 받으러 오지 않을 것 같다. 
'차례상과 가족 수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고 방송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올 설이 넘어가도록 물가는 또 많이 올라갈 것이고 그 때마다 애먼 차례상은 얼마나 또 우려먹을 것인가? 
지금부터 머리가 아프다. 공영방송이 이래서야…….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계시다]

얼마 전에,
'-이 되겠습니다', '-같아요'는 조심해서 써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오늘은 '계시다'를 소개드릴게요.

방송에서 가끔,
'어렸을 때부터 그런 소질이 계셨나요?'
라는 말을 쓰는데, 이것은 잘못된 겁니다.

'있다'에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먼저,
"사람이나 동물이 어느 곳에서 떠나거나 벗어나지 아니하고 머물다."는 뜻이 있습니다.
너는 집에 있어라처럼 쓰죠.
이 '있다'를 어른에게 쓸 경우,
'계시다'고 해야 합니다.
할아버지는 집에 계십니다처럼 써야 하는 거죠.

둘째,
"어떤 물체를 소유하거나 자격이나 능력 따위를 가진 상태이다."는 뜻이 있습니다.
나에게 1000원이 있다./이 물건은 주인이 있다처럼 씁니다.
이 뜻으로 '있다'를 어른에게 쓸 경우,
'있으시다'고 해야 합니다.

따라서,
'어렸을 때부터 그런 소질이 계셨나요?'가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그런 소질이 있으셨나요?'라고 해야 합니다.
소질, 곧, 자격이나 능력 따위를 가진 상태이므로, '있으시다'고 해야지 '계시다'고 하면 안 되죠.


보태기)
이 편지를 읽으시고 어떤분이 답장을 보내오셨습니다.


설명이 마음에 차지 않군요. 
마치 '이것이 법이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 하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 법이 생겨났는지를 알려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사람이나 동물이 어느 곳에서 떠나거나 벗어나지 아니하고 머물다'라는 뜻의 
'있다'의 높임법이 '계시다'인 것은, 
그렇게 '있는' 그 사람의 행위(있음)를 높이기 위함인 듯합니다. 
곧 그 '있다'가 그 사람에게 딸린 행위(그 사람이 주체적으로 한 행위)이기 때문에 
그 행위를 높여 '계시다'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와 달리 '소질이 있다'에서 '있다'의 '있다'는 '소질'에 딸린 것이기 때문에 
'있다'는 그대로 두고 '-시'라는, 높임의 뜻을 나타내는 씨끝(어미)을 붙이는 것인 듯합니다.

사람이 먼저고 법은 나중이 아닐까요? 
우리 조상들이 왜 그렇게 말을 했을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법이 먼저 있어서 우리 조상들이 그렇게 말을 한 게 아니라, 
그렇게 말을 해야만 했던 까닭이 있어 그런 법을 만든 것이지요. 
법을 만든 본뜻을 알면 법을 더 잘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지를 읽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몇 마디 적었습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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