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08] 우리말) 처서가 아니라 소서

조회 수 2325 추천 수 104 2010.07.08 08:47:06
어제는 처서가 아니라 소서였습니다. ^^*



안녕하세요.

아침 출근길에 들은 KBS 라디오 시사고전에서
'성어중 형어외'를 소개해 주시네요.
誠中形外라고도 하는데,
마음속에 성실한 생각을 품고 있으면 자연히 밖으로 드러난다는 겁니다.

아침마다 우리말편지를 쓰면서 꼼꼼히 본다고 보는데도 실수를 자주 합니다.
그럴 때마다 많은 분이 지적해 주십니다.
그러면서 어떤 분은
남들은 다 실수해도 당신을 실수하면 안 된다시는 분도 계십니다.
참으로 고맙고, 사실 그만큼 부담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성실하지 못해 이런 실수가 자주 나옵니다.
될 수 있으면 성실하고 꼼꼼하게 봐서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제 깜냥이 부족해 가끔 이런 실수를 합니다.

어제도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어제는 소서였는데, 처서로 알고 처서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어제 받은 댓글 가운데 두 개를 소개합니다.
아직 소개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지 못했기에 이름은 빼고 본문만 보내드립니다.



1.
성박사님,
오늘은
더위를 물리친다는 처서가 아니고 소서 입니다. 대서 앞에 있는 소서에 대해서 <농가월령가>는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유월이라 늦여름 되니 소서 대서 절기로다. / 큰 비도 때로 오고 더위도 극심하다 / 초록이 무성하니 파리 모기 모여들고 / 땅 위에 물 고이니 참개구리 소리 난다 (중략) / 젊은이 하는 일이 / 김매기 뿐이로다 / 논밭을 갈마들여 / 삼사차 돌려 맬 제 / 날 새면 호미들고 / 긴긴해 쉴 새 없이 / 땀 흘려 흙이 젓고 / 숨막혀 기진 할 듯”

오늘은 24절기의 열한 번째로 하지와 대서 사이에 드는 소서입니다. 소서는 ‘작은 더위’라 불리며, 이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됩니다. 또 이때는 장마철이라 습도가 높아지고, 비가 많이 오지요. 하지 무렵에 모내기를 끝내고, 소서 때는 논매기를 했습니다. 팥, 콩, 조들은 하지 무렵에 심고, 논두렁의 풀을 베고 퇴비 장만도 합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철이므로 푸성귀(채소)나 과일들이 풍성해지고 보리와 밀도 먹게 되지요. 특히 음력 5월 단오를 전후하여 시절음식으로 즐기는 밀가루 음식은 이때 제일 맛이 나서 국수나 수제비를 즐겨 해먹습니다. 생선으로는 민어가 제철이지요. 민어는 포로 만들어 먹거나 회를 떠서 먹기도 하고, 매운탕도 끓여 먹는데 애호박을 송송 썰어 넣고 고추장을 풀어 수제비 띄워 먹는 맛은 환상입니다.

아이구,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나봅니다.

박사님 쉬면서 천천히 몸에 힘빼고 하십시오.


2.
성 박사님께
안녕하세요?
빛고을에 사는 ooo입니다.

장마철인데도 비는 오지 않고 뙤약볕이 한여름처럼 따갑습니다.

오늘 '우리말 편지'에
"오늘은
더위를 물리친다는 처서입니다."
라는 구절이 있군요.

더위를 물리친다는 처서는
오늘이 아니라,
아침저녁으로 가을 기운이 감도는
입추 말복을 지난 약 보름 후로서
올해의 달력으로는 8월 23일에 처서가 오는 군요.

오늘은 '처서'가 아닌 '소서'이죠.
성 박사님께서 이를 모르고 이렇게
오타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바삐 타자하시다가
'소서'로 쓸 것을 '처서'로
타자 됐나 봅니다만

혹시 24절기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독자들은
성 박사님께서 보낸 오늘의
'우리말 편지'를 보고
그대로 잘못 알지도 모른다는
노파심이 드는군요.

'處暑'나  '小暑' 나  
두 어휘 모두
두 번째 음절은  "더울 '서'"자로서
더위를 뜻하지만,

두 어휘의 뜻은
더위가 시작된다는
'小暑' 와  
더위가 처리되어 끝난다는
'處暑' 와
그 뜻을 구분하여
독자들에게 알려 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전적인 뜻
소서: 이십사 절기의 하나.
      하지와 대서 사이에 들며,
     이때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
     7월 7일이나 8일경이다.
처서: 이십사 절기의 하나.
        입추와 백로 사이에 들며,
        태양이 황경 150도에 달한 시각으로
        양력 8월 23일경이다.

그럼 이만 줄입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좀이 슬다와 좀이 쏠다]

안녕하세요.

며칠 전 애들이 이 층 침대를 사달라고 조르더군요.
아내와 상의해서 침대를 사주기로 했습니다.
어제저녁에는 침대 놓을 자리를 잡느라 소파를 좀 옮겼습니다.
평소에 자주 청소를 한다고 하지만, 소파 밑에는 여전히 지저분하더군요. ^^*

평소에 자주 안보던 곳을 보면 나무에 좀이 슬거나
심지어 쥐나 좀이 갉아먹은 것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저희 집이 그랬다는 게 아니라...
그럴 때 흔히 좀이 슬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건 좀이 슨 게 아니라 좀이 쏠은 겁니다.

'슬다'는
"벌레나 물고기 따위가 알을 깔기어 놓다."는 뜻으로
장독에 파리가 쉬를 슬다, 벌레가 잎에 알을 슬었다처럼 씁니다.
알을 놨다는 뜻이지 나무가 갉아 없어진 게 아닙니다.

'쏠다'는
"쥐나 좀 따위가 물건을 잘게 물어뜯다."는 뜻으로
누에가 뽕잎을 쏠아 먹다, 쥐가 문을 쏠았다처럼 씁니다.
나무 따위를 쥐가 갉아 놓은 것에 쓸 수 있는 낱말이 바로 이 '쏠다'입니다.

따라서,
좀이 나무를 갉아 먹은 것을 보고는
좀이 슬었다고 하지 않고, 좀이 쏠다고 해야 맞습니다.

저 나무는 좀이 쏠아 이제는 쓸 수가 없겠다, 자주 닦지 않으면 좀이 쏘니 조심해라 처럼 써야 합니다.

슬다나 쏠다나 소리도 비슷하고 쓰임도 비슷하니 아무것이나 써도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말을 우리가 아끼고 다듬지 않으면 누가 살펴주겠습니까?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가 내립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한글문화연대라는 곳이 있습니다.http://www.urimal.org
다른 나라 말에 더럽혀진 우리 말글을 가꾸며 우리 문화와 학문을 발전시키고자 만든 단체입니다.
방송인 정재환 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어제 그곳에서 온 누리 편지(이메일)에 재밌는 게 있어서 함께 나눌게요.



대개 '메트로'를 영어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원래 메트로도 우리말에서 온 것이다.
지하철이 땅 밑으로 다닌다고 해서 '밑으로 밑으로' 하다가 '메트로'가 된 것이다.
흔히 휴대전화를 핸드폰이라고 하는데 핸드폰은 콩글리시이고 영어는 '셀룰러폰'이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그것도 잘못 알려진 것이다. '셀룰러'의 어원 역시 우리말이다.
세게 누르라는 우리말 사투리 '쎄리눌러'가 변해 '셀룰러'가 된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 정재환 씨가 한 농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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