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07] 우리말) 할 뿐만 아니라

조회 수 2716 추천 수 84 2009.08.14 12:14:29
이렇게 가르시면 쉽습니다.
'뿐'이 '-을' 뒤나 '-ㄹ' 뒤에 올 때와 '뿐이지'로 쓰이면 앞 말과 띄어 쓰고,
그렇지 않으면 붙여 쓰시면 됩니다.


안녕하세요.


문자가 없는 인도네시아 한 소수민족의 고유어를 한글로 적기로 했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렇게 한글의 우수성을 높이 사는데, 우리는 그런 한글을 어떻게 대접하고 있는지 반성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며칠 전에 보낸 편지에서 틀린 게 있네요.

지난 월요일에 보낸 편지에서 '뿐'이 조사로 쓰일 때는 앞말과 붙여 쓴다면서
'줄 뿐만 아니라'라는 자막은
'줄뿐만 아니라'가 맞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제가 헷갈렸습니다.
'줄 뿐만 아니라'라는 자막이 맞습니다.

'뿐'의 쓰임을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뿐'은 의존명사와 조사로 쓰입니다.
의존명사로 쓰일 때는
'-을' 뒤에 쓰여 "다만 어떠하거나 어찌할 따름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이네, 그는 웃고만 있을 뿐이지 싫다 좋다 말이 없다처럼 씁니다.
또, '-다 뿐이지' 꼴로 쓰여 "오직 그렇게 하거나 그러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이름이 나지 않았다 뿐이지 참 성실한 사람이다, 시간만 보냈다 뿐이지 한 일은 없다처럼 씁니다.
의존명사이므로 앞말과 띄어 씁니다.

그러나 조사로 쓰일 때는
"그것만이고 더는 없음" 또는 "오직 그렇게 하거나 그러하다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제 믿을 것은 오직 실력뿐이다, 우리 민족의 염원은 통일뿐이다, 가진 것은 이것뿐이다처럼 씁니다.

그래도 헷갈리시죠? 이 쓰임이 의존명사인지 조사인지...

이렇게 가르시면 쉽습니다.
'뿐'이 '-을' 뒤나 '-ㄹ' 뒤에 올 때와 '뿐이지'로 쓰이면 앞말과 띄어 쓰고,
그렇지 않으면 붙여 쓰시면 됩니다.

공부뿐만 아니라 노래도 잘한다,
나는 너를 사랑할 뿐만 아니라,
나는 너를 좋아할 뿐 사랑하지 않는다처럼 쓰시면 됩니다.

우리 한글은
읽기뿐만 아니라 쓰기도 쉽습니다.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번거롭게 해서 죄송하네요.
누리집에 우리말편지를 올리시는 분은 예전 편지를 고쳐주십시오.
그래도 다행이네요.
제가 실수한 편지에서 방송국이 형편없는 자막을 내 보냈다고 비꼬지 않아서... ^^*

  

오늘은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인 정재환 님의 글을 소개합니다.
이 글은 어제 받은 한글문화연대 소식지에 실린 글입니다.
한글문화연대 누리집은http://www.urimal.org 입니다.




<떴다, 마루지!>

라디오를 들었다. 어느 구청의 공무원이 “최근 조성한 OO공원이 저희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랜드마크'가 뭘까? 궁금했다. 랜드마크를 몰라? 혹시 삼척동자도 아는 걸 나만 몰라서 궁금해 했을까? 아니면 시어머니도 모르고 며느리도 모를까!

언제부터인가 ‘랜드마크’란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누리그물에서 검색을 해보니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구별하게 하는 표지”란다. “행정 기관은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덕분에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식으로 쓴단다. 그런데 이 랜드마크가 신어 자료집에 실린 것은 2004년이다. 불과 4년밖에 되지 않았다.

왜 이런 말을 쓰게 됐을까? 어떤 지역을 대표하는 표지라는 의미를 지닌 우리말은 없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없었을 것이다. 과거에는 그런 식의 표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말도 없었던 것일 게다. 그런 말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랜드마크를 그대로 받아 썼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어쩔 수 없다’는 궁색한 변명 때문에 우리말이 자꾸만 뒷전으로 밀려난다는 점이다.

우리말을 사랑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외국어나 외래어 사용하는 걸 좋아해서 우리말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말과 행동이 맞지 않는다. 말로는 법과 질서를 잘 지키자고 하면서 실제로는 아무 곳에나 침 뱉고 담배꽁초 던지고 아무 곳에서나 고성방가하고 춤추고 야단법석을 떠는 것과 같다. 이런 언동은 위선이다.

언어생활도 마찬가지다. 정말로 우리가 우리말을 사랑한다면 외래어 이전에 우리말을 써야 한다. 그런 뜻의 말이 없으면 새 말을 만들어 쓰면 된다. 인터넷이나 리플 대신에 누리꾼이나 댓글 같은 말을 널리 쓰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는 ‘마루지’를 쓰자. “세종대왕 동상은 세종로의 마루지가 될 것입니다.” “머지않아 한글문화관이 건립되면 한국의 마루지가 될 것입니다.” 마루지가 너무 생소해서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나 걱정하지 말고 걱정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써보자.


정재환(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 / 방송사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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