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28] 우리말) 졸리다와 졸립다

조회 수 2703 추천 수 113 2009.07.28 11:39:06
아마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생각하다."는 뜻의 '그리다'를 떠올려 그 그림씨(형용사)인
'그립다'를 떠올리시는 것 같은데,
'그립다'는 있어도 '졸립다'는 없습니다. ^^*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7:25에 SBS 뉴스에서
'프랑스 제 20회 열기구 축제'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수사 앞에 붙어 "그 숫자에 해당하는 차례"를 뜻하는 '제'는 앞가지(접두사)이므로 뒤에 오는 말과 붙여 써야 합니다.
(아마도 이 말을 백 번은 한 것 같은데... 아직도 뉴스 자막에 이런 게 나옵니다.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오늘도 덥겠죠?
요즘 아침에 일찍 나오고 저녁에는 늦게 들어가다 보니 낮에 졸릴 때가 잦습니다.
가끔은 점심 먹고 낮잠을 좀 자기는 하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네요.

흔히 졸리다를 졸립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제저녁에 방송한 우리말 겨루기에서도 어떤 분이 졸립다를 표준말로 선택해서 틀렸습니다.

그러나
"자고 싶은 느낌이 들다."는 뜻의 낱말은 '졸리다'로
졸리어, 졸려, 졸리니 따위로 쓰입니다.

본래
졸리다는 졸다에 피동접미사 '리'가 붙어 만들어진 낱말이긴 하지만,
지금은 피동의 뜻이 없습니다.

아마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생각하다."는 뜻의 '그리다'를 떠올려 그 그림씨(형용사)인
'그립다'를 떠올리시는 것 같은데,
'그립다'는 있어도 '졸립다'는 없습니다. ^^*

졸리다는 움직씨(동사)이지만,
요즘은 그림씨(형용사)로도 많이 쓰입니다.

잠을 못 잤으니 졸리는 것은 당연합니다.(움직씨)
어제도 늦게 들어갔더니 지금도 졸리네요.(움직씨)
졸린 제 표정을 남들이 보면 아마도 웃을 겁니다.(그림씨)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안다니와 안다미로]

안녕하세요.

해적에게 잡혀있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풀려났네요. 참 다행입니다.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오랜만에 맘 편한 주말을 보냈습니다.
제가 연구소에서 본청으로 온 뒤 처음으로 토요일 하루를 온 종일 애들과 함께 보냈습니다.
그 기분을 이어 저녁에는 맘 맞는 동료 식구를 집으로 불러 좋은 시간을 나눴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안다니'입니다.
"무엇이든지 잘 아는 체하는 사람"을 안다니라고 합니다.

이렇게 제가 싫어하는 사람이 몇 있지만,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참 많습니다.

먼저,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내 것을 남과 나눌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우리말에
'또바기'라는 어찌씨가 있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이 꼭 그렇게"라는 뜻이죠.
토요일에 저희 집에 오신 분들이 바로 그런 분들입니다.
자기가 또바기라고 생각하시면 언제든지 저희 집에 오셔도 좋습니다. ^^*

'안다니'와 비슷한 '안다미로'라는 어찌씨가 있습니다.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가슴이 따뜻한 또바기와 한 잔 할 때 이렇게 외칩니다.
"안다미로!"라고... ^^*

월요일입니다. 힘차게 시작합시다.
저도 이번 주도 열심히 살고,
주말에는 강릉에 가서 또바기들과 안다미로를 외칠 생각입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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