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17] 우리말) 예전에 보낸 지킴이 인사말

조회 수 2319 추천 수 79 2009.07.17 12:50:45
예전에 보낸 편지를 붙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쁘네요.
7시에 일터에 나와 이제야 책상에 앉았습니다.

오늘도 편지 쓸 시간이 없어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합니다.
마침, 2007년에 한글학회와 문화관광부에서 지킴이로 지정받았을 때 했던 인사말을 보낼 차례네요.
아래에 붙입니다.

오늘도 중부지방에 비가 많이 내릴 거라고 합니다.
다들 피해 없기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지킴이 인사말]

안녕하세요.

방금 우리 말글 지킴이가 된 성제훈입니다.
저는 농촌진흥청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국립국어원에 학예연구사가 있듯이, 저는 농촌진흥청에서 일하는 농업연구사입니다.
어찌 보면 국어, 우리말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은 제가 우리 말글 지킴이가 되었습니다.

몇 년 전에 어떤 배우가 상을 받으면서 "감독님과 배우들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서 저는 맛있게 먹기만 했는데, 이런 큰 상을 받게 되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제가 딱 그 꼴입니다. 제가 아침마다 편지를 보내기는 하지만, 국어학자들이 만든 문법을 책에서 따오고, 문법에 맞게 쓴 보기를 사전에서 따와서 편지를 씁니다.
다만, 편지에 제 식구 이야기나 일터이야기를 버무려 보낼 뿐입니다. 그러니 남들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서 제가 맛있게 먹은 것뿐이죠.

또, 시상 자리에서 자주 듣는 말이,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고맙게 받겠습니다... 뭐 이런 말입니다.
이 말도 지금 저에게 딱 어울리는 말입니다. 농업연구자가 농업기술이나 농업 상식을 다른 사람에게 쉽게 알리고자 우리말 공부를 시작했고, 그것을 주위 분들과 나누고 있을 뿐인데 이런 큰 상을 주셨습니다.
그러니 별로 한 것도 없는데 큰 상을 받았고, 앞으로도 꾸준히 하라는 격려와 다독거림일 수밖에요. 고맙습니다.

요즘을 흔히 정보화 사회라고 합니다. 몇 십 년 전에는 산업화 사회라고 했죠. 그러나 이것은 고작 100년 전입니다. 그 이전에는 농경 사회였습니다.
우리 조상도 수천수만 년 농사를 지으면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농업에는 우리 선조의 얼과 넋이 녹아 있습니다. 농업의 중요성을 꼭 먹을거리를 만드는 데서만 찾으면 안 됩니다. 우리 문화의 보물창고가 바로 농업입니다.
마침 제가 농업을 하고 있기에, 농업 속에 서려 있는 우리 조상의 숨결과 얼, 넋을 찾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우리말 편지를 보내면서 우리말, 우리글, 우리 문화를 찾아 알리는데 힘쓰겠습니다.

끝으로, 오늘 이 자리는, 저에게 큰 영광이자 기쁨이지만, 한편 무척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부담은 사랑하는 제 아내와 함께 짊어져 반으로 나누고, 기쁨은 제 아들딸과 함께 나눠 몇 배로 뻥튀기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83302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9018
796 [2009/07/28] 우리말) 졸리다와 졸립다 id: moneyplan 2009-07-28 2446
795 [2009/07/27] 우리말) 믿음으로와 믿으므로 id: moneyplan 2009-07-28 2477
794 [2009/07/24] 우리말) 직수굿하다 id: moneyplan 2009-07-24 2438
793 [2009/07/23] 우리말) 옷깃 id: moneyplan 2009-07-23 2438
792 [2009/07/22] 우리말) 한가하다와 느긋하다 id: moneyplan 2009-07-22 2451
791 [2009/07/21] 우리말) 체면치레 id: moneyplan 2009-07-21 2779
790 [2009/07/20] 우리말) 틀린 자막 몇 개 id: moneyplan 2009-07-20 2494
» [2009/07/17] 우리말) 예전에 보낸 지킴이 인사말 id: moneyplan 2009-07-17 2319
788 [2009/07/16] 우리말) 외래어표기법 받침 id: moneyplan 2009-07-16 3208
787 [2009/07/15] 우리말) 이따가와 있다가 id: moneyplan 2009-07-15 2620
786 [2009/07/14] 우리말) 세뇌 id: moneyplan 2009-07-14 2509
785 [2009/07/13] 우리말) 여러 가지 비 id: moneyplan 2009-07-13 2802
784 [2009/07/10] 우리말) 예전 편지로... id: moneyplan 2009-07-10 2315
783 [2009/07/09] 우리말) 도리기와 도르리 id: moneyplan 2009-07-09 2324
782 [2009/07/08]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9-07-09 2190
781 [2009/07/07] 우리말) 붓날다와 새롱거리다 id: moneyplan 2009-07-07 2505
780 [2009/07/06] 우리말) 두절개 id: moneyplan 2009-07-06 2396
779 [2009/07/03] 우리말) 시가와 싯가 id: moneyplan 2009-07-03 2487
778 [2009/07/02] 우리말) 핑크빛과 핑크ㅅ빛 id: moneyplan 2009-07-02 2522
777 [2009/07/01] 우리말) 뒷풀이와 뒤풀이 id: moneyplan 2009-07-01 3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