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5] 우리말) 음식 맛

조회 수 2567 추천 수 85 2009.06.15 08:41:11
담백하다는 아무 맛이 없이 싱겁다는 뜻과 음식이 느끼하지 않고 산뜻하다는 뜻이 있는데,
달리 나타내면 맹물에 조약돌을 넣고 끓일 때 나는 맛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아무 맛이 없는 것이죠.
우리 말에는 이 두 낱말 말고도 음식 맛을 이르는 낱말이 많습니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어제 아침 9:48, MBC에서 '동생이 엄마 뱃속에 있다'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뱃속'은 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뱃속이 편안하지 않다, 그 사람 뱃속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처럼 씁니다.
배의 안쪽은 '배 속'입니다.

텔레비전에서 주말에는 주로 맛집을 소개하는 게 많더군요.
그때 음식 맛을 소개하는 말이 주로 담백하다와 고소하다 입니다.

고소하다는 "볶은 깨, 참기름 따위에서 나는 맛이나 냄새와 같다."는 뜻으로
말 그대로 고소한 것입니다.
담백하다는 아무 맛이 없이 싱겁다는 뜻과 음식이 느끼하지 않고 산뜻하다는 뜻이 있는데,
달리 나타내면 맹물에 조약돌을 넣고 끓일 때 나는 맛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아무 맛이 없는 것이죠.
우리 말에는 이 두 낱말 말고도 음식 맛을 이르는 낱말이 많습니다.

먼저 상을 차려볼까요?
음식 따위가 가짓수가 많고 푸짐하면 '걸다'고 하고,
양은 적지만 맛있으면 '맛바르다'고 합니다.

차린 음식에 국물은 많고 건더기는 적은 상태는 '흥덩흥덩하다'고 하고,
국물이 많이 담기거나 괴어서 가장자리까지 거의 찰듯한 모양을 '그렁그렁하다'고 합니다.
국물은 거의 없고 건더기만 가득한 상태, 곧, 국물보다 건더기가 가들막하게 많을 때는 '빡빡하다'고 합니다.

이제 먹어 보겠습니다. ^^*
음식의 맛이 산뜻하고 시원하면 개운하다고 하고,
맛이나 냄새 따위가 입맛이 당기도록 좋으면 구수하다고 합니다.
개운하다, 산뜻하다, 구수하다, 시원하다, 앙그러지다처럼 음식 맛이 입에 맞거나 마음에 들면 '맛깔스럽다'고 합니다.
밥이나 국이 보기에는 변변치 않아 보이나 막상 먹어보면 맛이 제법 구수해 먹을 만할 때는 '구뜰하다'고 합니다.

모든 음식이 다 맛있는 것은 아니겠죠? ^^*
비위에 맞지 아니할 만큼 음식에 기름기가 많거나,
맛이나 냄새 따위가 비위에 맞지 아니하면 '느끼하다'고 합니다.
음식의 맛이나 냄새가 신선하지 못하거나 입맛이 개운하지 않으면 '타분하다'고 하고,
생선이 신선한 맛이 덜하고 조금 타분하면 '모름하다'고 합니다.
탑탑하다나 텁텁하다도 음식 맛이 개운하거나 산뜻하지 못할 때 쓰는 낱말입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지저분하게 먹으면 안 되겠죠?
음식을 먹는 태도를 먹음새라고 합니다.
보기에 먹음새가 좋아서 탐스러운 데가 있으면 '걸쌍스럽다'고 합니다.
맛있게 먹긴 하되 채신머리없이 입맛을 자꾸 짝짝 다시며 먹는 것은 '짜금거리다'고 합니다.ㄷ입맛을 다신다’는 말은 음식을 먹을 때처럼 침을 삼키며 입을 놀린다는 뜻이다. ‘다시다’라는 말에는 음식을 조금 먹는다는 뜻(물론 요즘에는 조미료의 이름이기도 하지만)도 있다.
감칠맛이 나도록 맛있게 씹으면 '감씹는다'고 하고,
감칠맛 나게 쪽쪽 빠는 것을 '감빨다'고 합니다.

아무리 먹고 싶어서 상황에 따라 먹을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처럼 침을 삼키며 입을 놀리고만 있는 것을 '다시다'고 합니다.
입맛만 다시는 것이죠. ^^*
맘껏 먹고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음식을 조금 먹을 때도 '다시다'고 합니다.
그는 일찍 길을 떠나느라 아무것도 다시지 못해 몹시 시장했다처럼 쓸 때의 '다시다'가 그런 뜻입니다.

음식은 뭐니뭐니해도 손맛이라고 합니다.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겠죠.
오늘 점심도 맛있게 드시길 빕니다.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내일은 문제를 내겠습니다.
9:00에 편지를 보내는 거 아시죠? ^^*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가풀막지다]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온 전화를 받다 보니 정신이 없네요.

오늘이 수요일입니다.
내일이 목요일. 제 일터인 농촌진흥청이 국정감사를 받는 날입니다.
국정감사 준비하느라 몇 날 며칠 잠을 거의 못 잤더니 이제는 어질어질하네요.
타임머신 타고 며칠 뒤로 훌쩍 뛰어넘고 싶네요. ^^*

오늘도 멋진 우리말을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가풀막지다'는 낱말로 그림씨(형용사)입니다.
"땅바닥이 가파르게 비탈져 있다."는 뜻과
"눈앞이 아찔하며 어지럽다."는 뜻입니다.
쪼그려 앉았다 일어설 때 눈앞이 가풀막지는 것이 아무래도 빈혈기가 있는 듯했다처럼 씁니다.  
저는 빈혈기는 없지만,
바로 지금의 저, 딱 저를 나타내는 낱말입니다.
거의 날마다 새벽에 집에 갔다가 아침에 나오니 정신이 아물거리네요. ^^*

가풀막지다는 핑계로 한소리 더 할게요.
우리나라 국어의 두 축은 국립국어원과 한글학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었고, 한글학회에서는 우리말큰사전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말큰사전에서 가풀막지다를 찾아보면 그 준말이 '가풀지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가풀지다'를 찾아보면 "가풀막지다의 잘못"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어떤 사전이 맞는 거죠?

머리아프네요.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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