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0] 우리말) 불임과 난임

조회 수 2371 추천 수 94 2009.06.10 09:03:14
어떤 치료를 해서 임신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불임이 아니죠.
다만, 어렵게 임신하는 것이므로 그건 바로 '난임(難妊)'이죠.
임신하지 못하는 불임과,
남들보다 어렵게 임신하는 난임은 분명히 다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댓글을 소개할게요.
며칠 전에 희귀병이 바르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희소병으로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글을 보시고 희소병보다는 드문병이 좋겠다는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옳으신 말씀입니다. 고맙습니다. ^^*

그런 낱말을 하나 더 소개할게요.
몇 년 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에서도 소개한 불임과 난임입니다.
'불임'이 뭔지 아시죠?
말 그대로 '불임(不妊)'은 "임신하지 못하는 일"을 말합니다.
뜻 그대로라면 불임은 아무리 노력하고 힘써도 임신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불임 치료'라고 하면,
어차피 임신은 못하는 것이니, 어떤 치료를 해서 임신하게 하는 게 아니라,
임신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는 치료를 말하게 됩니다.
불임이 임신하지 못하는 일인데, 그걸 치료한다고 애를 밸 수 있겠어요?

어떤 치료를 해서 임신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불임이 아니죠.
다만, 어렵게 임신하는 것이므로 그건 바로 '난임(難妊)'이죠.
임신하지 못하는 불임과,
남들보다 어렵게 임신하는 난임은 분명히 다릅니다.
하늘과 땅이 다른 것보다 더 다릅니다.

불치병과 난치병이 그런 다름이잖아요.
불치병(不治病)은 어떤 방법을 써도 "고치지 못하는 병"이고,
난치병(難治病)은 고치기 어렵기는 하지만 고칠 수 있는 병입니다.
분명히 불치병과 난치병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따라서,
'불임'이라는 삭막한 낱말을 쓰지 말고 '난임'이라는 낱말을 쓰자는 게 쉽게 임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주장입니다.
제가 알기로 이 '난임'이라는 낱말은 아가야라는 곳에서 처음 주장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불치병'과 '난치병', '불임'은 사전에 올라있는 낱말이지만,
안타깝게도 '난임'은 아직 사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하루빨리 이런 낱말이 사전에 올라
'불임'을 밀어내고 '난임'이 당당하게 쓰이길 빕니다.

애를 갖고자 하나 생기지 않아 겪는 아픔과 슬픔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합니다. 아니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기다림과 초조함이 온몸을 감싸고 있고, 처절한 외로움이 온 정신을 억누른다고 합니다.
거기에 가까운 사람에게도 그 아픔을 쉽게 말할 수 없는 슬픔도 있습니다.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합니다.
그러니 남의 일이라고 너무 쉽게 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고,
나도 힘들지만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많은 게 바로 이 세상인가 합니다.

오늘도 좋은 생각 많이 하시고 자주 웃읍시다.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아가야'는 애를 갖고자 어렵게 노력하시는 분들의 모임입니다.
http://www.agaya.org 로 가보시면 그분들의 활동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저도 몇 년 전에 이곳에 열심히 들락거렸습니다. 지금은 그냥 회원으로만 있지만...
난임으로 고생하시는 모든 분들이 하루빨리 임신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좀 늦긴 하지만 언젠가는 분명 엄마 품을 찾아올 겁니다.
그날을 그리며 몸 관리 잘하셔서 예쁜 아기 맞이하시길 빕니다. 진심으로...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고바위에 오르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한가위 이야기 좀 할게요.

저는 이번에 애들 둘만 데리고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아내가 허리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함께 가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가 애들을 보고 싶어 하실 것 같아 애들과 함께 갔는데,
갈 때는 좋았지만, 올 때는 정말 힘들더군요.
홀아비가 세 살, 다섯 살배기 두 애와 함께 차 속에서 열다섯 시간을 견딘다는 게...^^*

또,
이번에는 가자마자 벌초를 했습니다.
저는 독자라서 혼자서 네 군데 산을 돌아다니며 열네 기를 벌초해야 합니다.
비 맞으며 혼자 열네 기를 벌초하는데......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쩝...

산 이야기 좀 할게요.
높은 산에 오르는 것을 고바위에 오른다고 합니다.
흔히,
고바위를 높은 바위로 생각하셔서 언덕이나 산에 오르는 것을 떠올리실 수 있는데,
이는 일본말입니다.

일본에서
굽을 구(勾) 자와 짝 배(配) 자를 쓴 구배를 こうばい[고우바이]라고 합니다.
기울기라는 뜻이죠.

좋은 우리말로는 기울기나 물매입니다. 때에 따라 비탈이나 오르막을 쓰셔도 됩니다.
기울기는 잘 아실 것이고,
물매는
물매가 가파르다, 물매가 싸다(기울기가 크다), 물매가 뜨다(완만하다)처럼 씁니다.
고바위는 높은 바위를 뜻하는 순 우리말이 아닙니다.

저도 빨리 조상님 묘를 봉안당으로 모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가파른 산에 올라 벌초하는 짐을 좀 덜죠. ^^*

오늘부터 비거스렁이 한다고 합니다. 옷 잘 챙겨입으시길 빕니다.
(비거스렁이 : 비가 갠 뒤에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아지는 현상)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내기)
고바위와 고바우는 다릅니다.
고바우는
"인색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83298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9017
776 [2009/06/30] 우리말) 머물다와 머무르다 id: moneyplan 2009-06-30 2588
775 [2009/06/29] 우리말) 꿰맞추다 id: moneyplan 2009-06-29 2337
774 [2009/06/26] 우리말) 실수 몇 개 id: moneyplan 2009-06-26 2268
773 [2009/06/25] 우리말) 배참 id: moneyplan 2009-06-25 2441
772 [2009/06/24] 우리말) 짝꿍과 맞짱 id: moneyplan 2009-06-24 2381
771 [2009/06/23] 우리말) 까칠하다와 거칫하다 id: moneyplan 2009-06-23 2928
770 [2009/06/22] 우리말) 조카와 조카딸 id: moneyplan 2009-06-22 3197
769 [2009/06/19] 우리말) 오사바사하다 id: moneyplan 2009-06-19 2324
768 [2009/06/18] 우리말) 걸판지다와 거방지다 id: moneyplan 2009-06-19 2901
767 [2009/06/17] 우리말) 제비집 id: moneyplan 2009-06-17 2217
766 [2009/06/16]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9-06-16 2809
765 [2009/06/15] 우리말) 음식 맛 id: moneyplan 2009-06-15 2322
764 [2009/06/12] 우리말) 처신과 채신 id: moneyplan 2009-06-12 2353
763 [2009/06/11] 우리말) 주책과 주착, 채비와 차비 id: moneyplan 2009-06-11 2807
» [2009/06/10] 우리말) 불임과 난임 id: moneyplan 2009-06-10 2371
761 [2009/06/09] 우리말) 처, 아내, 지어미, 마누라, 옆지기 id: moneyplan 2009-06-09 2759
760 [2009/06/08] 우리말) 정확과 적확 id: moneyplan 2009-06-08 2504
759 [2009/06/05] 우리말) 어부인이 아니라 그냥 부인입니다. id: moneyplan 2009-06-05 2954
758 [2009/06/04] 우리말) 피로야 제발 가라... id: moneyplan 2009-06-04 2892
757 [2009/06/03] 우리말) 생각과 生覺 id: moneyplan 2009-06-03 2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