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25] 우리말) 조문의 뜻풀이

조회 수 2670 추천 수 88 2009.05.26 11:32:45
그러나 조문오신 분은 큰아들뿐만 아니라 상을 당한 유가족 모두를 위로합니다.
그러므로 사전의 뜻풀이에 있는 '상주'를 '상제'나 '유족'으로 바꾸는 게 바르다고 봅니다.



화요일입니다.
안녕하시냐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네요.

어제 조문과 추모의 다른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조문'은 남의 죽음에 대하여 슬퍼하는 뜻을 드러내어 상주를 위문하는 것이고,
'추모'는 죽은 사람을 그리며 생각함이라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오늘은 '조문'을 좀더 풀어 볼게요.
바로 조문의 뜻풀이입니다.
조문의 뜻이 '상주(喪主)를 위문'하는 것입니다.
'상주'는 주(主)가 되는 상제(喪制)로 대개 큰아들이 상주입니다.
이렇게 보면, 사전에 있는 뜻풀이대로라면, 조문은 오로지 큰아들만 받을 수 있습니다.
작은아들이나 다른 유족은 조문을 받을 수 없는 꼴이 됩니다.

그러나 조문오신 분은 큰아들뿐만 아니라 상을 당한 유가족 모두를 위로합니다.
그러므로 사전의 뜻풀이에 있는 '상주'를 '상제'나 '유족'으로 바꾸는 게 바르다고 봅니다.
상제(喪制)는 "부모나 조부모가 세상을 떠나서 거상 중에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사전 뜻풀이에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것 같지만,
사전은 단 한 글자도 틀려서는 안 됩니다. 뜻이 애매해서도 안 됩니다.
뜻풀이가 분명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말의 표준이기 때문입니다.


내일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이 열리는 금요일까지는 편지를 보내지 않겠습니다.
그 까닭은,
1. 애먼 오해, 편지를 받으시는 분의 정치 성향에 따른 괜한 오해를 받기 싫어서이고,
2. 추모하고자 하시는 여러분의 마음을 잠시나마 우리말 편지에 묶어두면 안 될 것 같고,
3. 무엇보다도 허전한 제 마음을 달랠 시간이 필요해서입니다.

다음 주 월요일 아침에 우리말편지를 보내겠습니다.

거듭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중'은 '가운데'라고 쓰는 게 더 좋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아침 일찍 딸내미와 같이 서울에 갑니다.
오전에 탑골공원 앞에서 나라말 지키기 서명운동을 함께하기로 했거든요.

어제 저녁에 평화방송 라디오에 제가 나왔습니다.
아동문학가 김원석 님과 함께 우리말을 가지고 35분 동안 이야기했습니다.
이틀 전에 녹음한 거라서
그 방송을 사무실에서 들었는데 참 쑥스럽더군요. ^^*

또, 틀린 데도 있고...

1. "우리말 편지 이메일 주소는 영어로 urimal123..."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영어'로 urimal이 아니라 '알파벳'으로 urimal이라고 해야 바릅니다.
영국과 미국 사람들이 자기네 말을 적는 글자는 알파벳입니다.

2. 이야기하면서 뭐 뭐 하는 중에 라는 말을 몇 번 썼는데, '중'은 '가운데'라고 쓰는 게 더 좋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흔히 쓰는 한자는 거의 모두 순 우리말이 있습니다.
木은 나무 목이니, 목이라 하지 않고 나무라고 하면 되고,
手足은 손 수 자와 발 족 자를 쓰니 손발이라 하면 되고,
道路는 길 도 자와 길 로 자를 쓰니 도로라 하지 않고 길이라고 하면 됩니다.
이렇게 말하면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우리말을 쓰시는 겁니다.

3. "우리말 편지를 보내면서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했는데,
'같다'는 추측이나 불확실한 단정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자기의 경험이나 기분, 느낌을 이야기할 때는 '같다'를 쓰면 안 됩니다.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가 아니라, "기분이 참 좋아요."가 바릅니다.
저는 "우리말 편지를 보내면서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라고 했어야 바릅니다.

4. 벼이야기 하면서 자색 벼라는 말을 했는데,
자색벼보다는 보라색벼가 더 낫습니다.
갑자기 받은 질문이라 제가 좀 당황했었나 봅니다. ^^*

제가 우리말 편지 보낸다고,
평소에 깨끗한 우리말만 골라서 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시죠?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꾸준히 책을 봅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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