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1] 우리말) 두껍다와 얇다

조회 수 2829 추천 수 77 2009.02.12 09:08:59
어제 쓴 편지에서 제가 실수한 게 있었네요.
쥐 꼬리가 길지 않다는 데서 매우 '적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쥐꼬리라는 낱말이 나왔다고 했는데요.
적은 게 아니라 작은 게 맞습니다.
적다는 많지 않은 것이고,
작다는 크지 않은 것이잖아요.


안녕하세요.

어제 쓴 편지에서 제가 실수한 게 있었네요.
쥐 꼬리가 길지 않다는 데서 매우 '적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쥐꼬리라는 낱말이 나왔다고 했는데요.
적은 게 아니라 작은 게 맞습니다.
적다는 많지 않은 것이고,
작다는 크지 않은 것이잖아요.

저는 적다/작다, 든/던, 두껍다/굵다 따위는 잘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가 마음을 좀 놓았나 봅니다.
말 나온 김에 오늘은 두껍다와 굵다를 다시 갈라볼게요.

두껍다/얇다, 굵다/가늘다가 짝을 이룹니다.
물체의 두께가 크면 두껍다고 하고 그 반대는 얇다고 해야 합니다.
두꺼운 이불, 두꺼운 책, 두꺼운 입술처럼 쓰고,
옷이 얇다, 고기를 얇게 저미다, 얼음판이 얇아졌다처럼 씁니다.

이에 견줘,
물체의 둘레를 나타낼 때는 굵다/가늘다를 써야 합니다.
굵은 팔뚝, 손가락이 굵다, 선을 굵게 그리다처럼 쓰고,
실이 머리칼보다도 가늘다, 허리가 개미처럼 가늘다, 가는 빗줄기처럼 씁니다.

가끔은
다리가 두껍다고 하거나,
입술이 가늘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겁니다.

이런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가끔 틀립니다.
제 머리가 벌써 굳어지고 있나 봅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두껍다'와 '두텁다'의 차이는 다 아시죠?

눈에 보이는 것에는 두껍다를 쓰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는 두텁다를 쓰시면 됩니다.

곧, '두텁다'는
"신의, 믿음, 관계, 인정 따위가 굳고 깊다."는 뜻으로
두터운 은혜/신앙이 두텁다/친분이 두텁다/정이 두텁다처럼 씁니다.
은혜, 신앙, 친분, 정 따위는 눈에 보이는 게 아니잖아요.

'두껍다'는
"두께가 보통의 정도보다 크다."는 뜻으로
두꺼운 이불/두꺼운 책/두꺼운 입술/추워서 옷을 두껍게 입었다처럼 씁니다.
이불, 책, 입술, 옷 따위는 눈에 보이잖아요.


참,
내일은 문제를 내겠습니다.
  

지난 편지 댓글에서 함께하고 싶은 글을 골라 여기에 옮깁니다.


joe???
'웃분'이 --> 이게 사전에 없네요... '윗분' 또한 없는데요... 어느 것이 맞는지...
yg1???
'웃분'이라는 낱말이 위, 아래 개념이 있어서 '윗분'이라고 써야하는 거 아닌가요?? ^^;;
성제훈>> 웃분이나 윗분 모두 사전에 없는 말입니다. 아랫분이 없어 윗분이라 쓰지 않고 웃분이라고 썼는데, '윗사람'이라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bom???
매우 적은 것 ?
성제훈>> 쥐 꼬리가 길지 않다는 데서 따와 "매우 적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를 두고 하신 말씀입니다.
제가 '작다'와 '적다'를 헷갈렸네요. 쥐 꼬리의 길이는 적은 게 아니라 작은 겁니다. 만약, 쥐 꼬리가 적다면, 꼬리가 백 개가 아니라 열 개인 경우에 쓸 수 있을 겁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잔치는 벌리는 게 아니라 벌이는 겁니다]

이달 말에 농촌진흥청에서 벌이는 잔치를 많은 분이 축하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오시면 꼭 연락해주세요.

8월 30일부터 9월 3일까지
농촌진흥청 운동장에서 큰 잔치를 벌일까요, 벌릴까요?
잔치를 벌이는 게 맞을까요, 벌리는 게 맞을까요?

오늘은 '벌이다'와 '벌리다'를 갈라보겠습니다.
아주 쉽습니다.

물리적인 간격을 넓히는 것이면 '벌리다[벌:리다]'고,
그렇지 않으면 '벌이다[버:리다]'입니다.
곧, 입을 벌리고 하품하고, 앞뒤 간격을 벌리는 겁니다.
'벌이다'는 잔치를 벌이다, 일을 벌이다, 사업?벌이다처럼 물리적인 간격을 넓힌다는 뜻이 없을 때 씁니다.

따라서,
'농촌진흥청에서 큰 잔치를 벌립니다'고 하면 틀리고,
'농촌진흥청에서 큰 잔치를 벌입니다'고 해야 합니다.

농촌진흥청에서 벌이는 잔치에 오시면
꼭 저를 찾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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