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01] 우리말) 선탠을 우리말로 하면?

조회 수 3401 추천 수 159 2008.09.01 17:15:02
살갗을 햇볕에 알맞게 그을리어서 고운 갈색으로 만드는 일을 선탠(suntan)이라고 합니다.
치료나 건강을 위하여 온몸을 드러내고 햇빛을 쬠, 또는 그런 일을 일광욕이라고 합니다.

"햇볕을 쪼이는 일"이라는 뜻으로 '해쪼이'라고 합니다.
일광욕이나 선탠보다 멋진 낱말 아닌가요?


안녕하세요.

가을비가 내리네요. ^^*

어제, 일요일 아침 9:40, MBC
'부시시'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자다 일어나 머리카락이나 털 따위가 몹시 어지럽게 일어나거나 흐트러져 있는 모양은
'부시시'가 아니라 '부스스'입니다.
1분 뒤 4.03Kg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Kg이 아니라 kg입니다.

오늘 편지입니다.

토요일에는 딸내미와 같이 인천 무의도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애를 데리고 정신없이 놀았더니 온몸이 뻑적지근하네요.
게다가 가기 싫다고 심술부리는 여름 햇볕을 좀 받았더니 몸이 또 탔습니다.
그슬린 게 아니라 좀 그을렸습니다. ^^*

살갗을 햇볕에 알맞게 그을리어서 고운 갈색으로 만드는 일을 선탠(suntan)이라고 합니다.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외래어입니다.
또,
치료나 건강을 위하여 온몸을 드러내고 햇빛을 쬠, 또는 그런 일을 일광욕이라고 합니다.
이 선탠이나 일광욕과 비슷한 뜻의 순 우리말 낱말이 있습니다.

"햇볕을 쪼이는 일"이라는 뜻으로 '해쪼이'라고 합니다.(북한에서는 '해쪼임'이라고 합니다.)
일광욕이나 선탠보다 멋진 낱말 아닌가요?

제가 며칠 전에 어느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면 마음이 맑아지고 차분해 진다고...
동해로 일출 보러 가자 보다 해돋이 보러 가자고 하면 더 여유가 있어 보이고,
서풍이 분다 보다는 하늬바람이 분다고 하는 게 더 차분한 기분이 들지 않나요?

제 생각에
선탠이나 일광욕보다는 해쪼이를 하면 살이 더 멋있게 그을릴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계시다]

얼마 전에,
'-이 되겠습니다', '-같아요'는 조심해서 써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오늘은 '계시다'를 소개드릴게요.

방송에서 가끔,
'어렸을 때부터 그런 소질이 계셨나요?'
라는 말을 쓰는데, 이것은 잘못된 겁니다.

'있다'에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먼저,
"사람이나 동물이 어느 곳에서 떠나거나 벗어나지 아니하고 머물다."는 뜻이 있습니다.
너는 집에 있어라처럼 쓰죠.
이 '있다'를 어른에게 쓸 경우,
'계시다'고 해야 합니다.
할아버지는 집에 계십니다처럼 써야 하는 거죠.

둘째,
"어떤 물체를 소유하거나 자격이나 능력 따위를 가진 상태이다."는 뜻이 있습니다.
나에게 1000원이 있다./이 물건은 주인이 있다처럼 씁니다.
이 뜻으로 '있다'를 어른에게 쓸 경우,
'있으시다'고 해야 합니다.

따라서,
'어렸을 때부터 그런 소질이 계셨나요?'가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그런 소질이 있으셨나요?'라고 해야 합니다.
소질, 곧, 자격이나 능력 따위를 가진 상태이므로, '있으시다'고 해야지 '계시다'고 하면 안 되죠.


보태기)
이 편지를 읽으시고 어떤분이 답장을 보내오셨습니다.


설명이 마음에 차지 않군요.
마치 '이것이 법이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 하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 법이 생겨났는지를 알려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사람이나 동물이 어느 곳에서 떠나거나 벗어나지 아니하고 머물다'라는 뜻의
'있다'의 높임법이 '계시다'인 것은,
그렇게 '있는' 그 사람의 행위(있음)를 높이기 위함인 듯합니다.
곧 그 '있다'가 그 사람에게 딸린 행위(그 사람이 주체적으로 한 행위)이기 때문에
그 행위를 높여 '계시다'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와 달리 '소질이 있다'에서 '있다'의 '있다'는 '소질'에 딸린 것이기 때문에
'있다'는 그대로 두고 '-시'라는, 높임의 뜻을 나타내는 씨끝(어미)을 붙이는 것인 듯합니다.

사람이 먼저고 법은 나중이 아닐까요?
우리 조상들이 왜 그렇게 말을 했을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법이 먼저 있어서 우리 조상들이 그렇게 말을 한 게 아니라,
그렇게 말을 해야만 했던 까닭이 있어 그런 법을 만든 것이지요.
법을 만든 본뜻을 알면 법을 더 잘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지를 읽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몇 마디 적었습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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