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07] 우리말) 숨탄것

조회 수 2415 추천 수 78 2008.01.07 09:24:55
우리말에 '숨탄것'이라는 이름씨(명사)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숨을 받은 것이라는 뜻으로,
"여러 가지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어제 애들과 함께 '꿀벌 대소동'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꿀벌들이 열심히 모은 꿀을 사람이 훔쳐다 쓰는 짓을 나무라고
하찮게 보이는 꿀벌도 사람이 사는 자연과 함께 소중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영화에서는 꿀벌이 날아다니면서 사람처럼 말을 했는데요,
저는 꿀벌도 집과 회사가 있고,
또 식구도 있다는 것을 애들에게 이야기해 주면서 작은 동물도 소중히 다뤄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말에 '숨탄것'이라는 이름씨(명사)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숨을 받은 것이라는 뜻으로,
"여러 가지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하찮게 보이는 꿀벌, 개미, 나비, 파리 따위도
모두 소중한 생명을 가지고 있고,
나름의 무리와 식구가 있다는 것을 애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가 자라나 자연을 소중히 아낄 줄 아는 애로 크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는
작은 것을 소중하게 볼 줄 아는 한 주로 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세 번째 의뢰인]

오늘도 날씨가 참 좋을 것 같네요.
이 좋은 날씨만큼 좋을 일만 생기시길 빕니다.

요즘 제가 고민이 많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밤에 잠을 설치기 일쑤죠.
어젯밤에도 잠이 안 와서 거실에 나와 텔레비전을 보는데,
결혼식장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사가 한 말이 귀에 들어오더군요.
“자, 조용히 하시고, 이제 찍습니다. 거, 왼쪽에서 두 번째분 좀 웃으세요!”
흔히 사진 찍을 때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오늘은, ‘첫째’와 ‘첫 번째’의 차이를 좀 알아볼게요.

‘첫째’는
사물의 차례나 등급을 나타낼 때 씁니다.
나란히 있는 사람이나 물건의 차례를 나타내므로,
‘둘째 줄의 셋째 학생, 첫째 줄의 둘째 책상’처럼 씁니다.
반에서의 석차, 태어난 형제나 일의 순서, 책의 차례 등도 이 같은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장한 둘째 아들, 국문학 첫째 장, 학급 석차 열셋째 따위로 쓰죠.

‘첫 번째’는
연이어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일의 횟수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첫 번째 경기(제일회전), 두 번째 경기(제이회전)
두 번째 세계대전(제2차 세계대전), 첫 번째 물음 따위로 쓰죠.

따라서,
트랙을 세 번째 돌고 있는 선수,
미국을 네 번째 다녀오신 선생님 등은 맞는 표현이죠.
그러나
‘우리나라 선수단이 아흔세 번째로 당당하게 들어오고 있습니다’는 틀립니다.
‘번째’는 되풀이되는 일의 횟수라고 했잖아요.
입장식에는 어느 나라 선수나 한 번씩만 들어오지 않나요?
우리나라 선수만 수십 번씩 들어올 리가 없잖아요.
‘아흔셋째로’라고 해야 맞습니다.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큰 아프리카 대륙’도 틀립니다.
‘둘째로 큰’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잘 사는 나라’도 마찬가집니다.
‘둘째로 잘 사는’이 맞습니다.

언젠가 텔레비전 프로 ‘진품명품’에서 사회자가 한 말,
“다음에는 세 번째 의뢰인을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도 당연히 틀린 말입니다.
‘세 번째 의뢰인’은 의뢰를 한 번하고, 두 번하고, 세 번째에 또 의뢰한 사람을 말하는 겁니다.
사회자가 말하고자 하는
그 방송에서 첫째 소개, 둘째 소개에 이어 다음 소개하는 사람은,
‘셋째 의뢰인’입니다.

어쨌든,
‘번째’는 되풀이되는 일의 횟수라는 것만 기억하면
‘째’와 ‘번째’를 헷갈리지 않으실 것 같네요.

오늘 저는,
월간지에 네 번째 내는 원고 마무리해야 하고,
제 책상 왼쪽 둘째 칸에 있는 책이나 좀 정리해야겠네요.

오늘 날씨만큼 행복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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