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10] 우리말) 베스트 셀러

조회 수 2701 추천 수 87 2007.11.12 10:40:45
오늘 편지는 좀 늦었죠?
아침에 편지를 써 놓고
몇번 더 읽어보느라 늦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벌써 토요일 입니다.
이곳 강릉의 가을산이 참 멋지네요. ^^*

며칠 전에 제가 책을 냈다는 말씀을 드렸었죠?
그동안 보낸 우리말 편지를 묶어 '성제훈의 우리말 편지'라는 책을 냈습니다.
뿌리와 이파리라는 곳에서 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봄과 여름을 엮어 1권, 가을과 겨울을 엮어 2권으로 냈습니다.
그 책이 이번에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 뽑힌 겁니다.

쑥스럽지만 제 책을 좀 많이 사 주시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뻔뻔하지만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 책을 팔아서 생긴 수익금 가운데 글쓴이 몫은 몽땅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제가 돈 벌고자 책을 쓰지 않았고,
책을 팔아 번 돈을 제 호주머니로 챙기지 않기에 떳떳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베스트 셀러'라는 말을 들어보셨죠?
"어떤 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물건"이라는 뜻이고,
국립국어원에서 '인기 상품'으로 다듬었습니다.
베스트 셀러 책은 '인기 도서'로 다듬을 수 있겠네요.

비슷한 말로
"낙양의 지가를 올린다"는 익은말(속담)이 있습니다.

중국 진나라 때 좌사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얼굴이 못생긴데다 말까지 더듬어 밖에 나오기를 꺼렸습니다.
그러나 그는 글쓰기에 뛰어난 깜냥이 있었습니다.
몇 년을 고생하며 위, 오, 촉 세 나라를 노래한 삼도부라는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이 워낙 뛰어나
많은 사람이 이 책을 베껴갔는데, 그러다 보니 진나라 도읍인 낙양의 종잇값이 뛰어올랐다고 합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낙양의 지가를 올린다는 말입니다.

요즘의 베스트 셀러에 해당하는 익은말 같아 소개했습니다.

제가 쓴 책이
낙양의 지가를 올릴 수 없고,
서울의 종잇값을 올리기에도 모든 명에서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많이 좀 사서 봐 주시고, 선물도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래야 우리말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책을 내 주신 출판사에도 조금이나마 도움되죠.

여러분은 모르시죠?
저는 지금 얼굴이 빨개진 채 쥐구멍을 찾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장본인]

어제 오후에 오랜만에 대학 후배를 만나
곡차를 한 잔 했습니다.
역시 사람은 서로 부대끼며 술잔을 기울여야 친해지나 봅니다.

어제 그 후배는 근 10여 년 만에 만난 것인데,
자기 선배 한 분을 모시고 왔더군요.
저를 보자마자 그 선배에게 저를 소개하는데,
“형! 제가 대학 다닐 때 저에게 컴퓨터를 가르쳐준 선배가 있다고 했죠?
(저를 가리키며)바로 이 선배가 그 장본인입니다.
이 선배가 저에게 컴퓨터를 가르쳐 주신 분이에요.“

이런...쩝...
그 자리에서 바로 뭐라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자니,
다른데 가서 또 이런 실수를 할 것 같고...

역시나, 곡차는 좋은 겁니다.
곡차 잔이 몇 바퀴 돈 후,
그 후배에게, 조금 전에 그 후배가 한 말에서 틀린 부분을 바로잡아 주었습니다.

‘장본인’은 “어떤 일을 꾀하여 일으킨 바로 그 사람”을 뜻하는데,
담긴 뜻은 ‘나쁜 놈’이다.
즉, 무슨 나쁜 일을 꾀하고 일으킨 사람을 ‘장본인’이라고 한다.
더군다나 장본인을 일본에서 온 낱말입니다.
라고 설명해 줬습니다.

그 후배가 말끝마다 영어를 섞어 쓰면서 이야기하기에,
저도 영어를 빌려 설명을 좀더 보탰죠.

장본인은 ‘노터리어스(notorios)’한 사람을 말하고,
그냥 뭐뭐한 사람, 또는 주인공을 말할 때는 ‘페이머스(famous)’한 사람이다.
‘유명하다’의 반대가 ‘유명하지 않다’인 것처럼
영어에서도 ‘페이머스(famous)’의 반대는 ‘인퍼머스(infamous)’이지만,
‘악명’과 ‘오명’의 느낌이 강한,
‘페이머스(famous)’에 맞서는 말은 ‘노터리우스’단다. 아가야...

또 잘못 쓰고 있는 말 중에,
전철이라는 게 있습니다.
“앞에 지나간 수레바퀴의 자국이라는 뜻으로, 이전 사람의 그릇된 일이나 행동의 자취를 이르는 말”인데,
그저 전에 일어난 일은 모두 전철이라고 하는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철은, 전과자인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과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랐다처럼 과거의 나쁜일에만 씁니다.
좋은 일에는 쓰지 않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거나,
저에게 온 편지를 뜯어보며 문법이나 따지는 그런 차가운 피를 가진 사람은 아닙니다.
그러나 틀린, 잘못된 부분은 기회가 되면 잡아주고는 싶어요. 제가 아는 선에서...

때와 곳을 밝힐 수는 없지만,
제가 잘 아는 동생이,
저와 헤어질 때 꼭, “오늘 하루도 수고하세요”라고 인사합니다.
이 말을 들을 때도 많이 망설입니다.
당연히 지금도 망설이고 있습니다.
이걸 지적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수고하다’는 “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씀. 또는 그런 어려움”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수고하다’는 자기보다 손아래 사람에게 쓰는 말입니다.
직장상사나 선배, 어른에게 쓰는 말이 아닙니다.
길게 쓰지 않을게요.

오늘도 보람찬, 힘찬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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