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31] 우리말) 가시버시

조회 수 2507 추천 수 122 2007.10.31 09:03:14
'곤드레만드레'도 '곤드레'만 있고 '만드레'는 없습니다.
'뒤죽박죽'도 '뒤죽'만 있고 '박죽'은 없고,
'부랴서랴'도 '부랴(불이야)'만 있고 '서랴'는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저녁 7:02에 한 텔레비전에서 '간발의 차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간발(間髮, かんはつ[간바쯔])은 사이 간 자와 터럭 발 자를 써서
"터럭 하나 차이"라는 뜻으로 아주 작은 차이를 뜻하는 일본어투 말입니다.
간발의 차이로 빗나간 게 아니라 아깝게 빗나간 겁니다.

어제 편지에서 소개한 '가리산지리산'을 처음 들어보신 분들이 많으셨네요.
우리말에는 그런 게 많습니다.
미주알고주알, 가시버시,  에구데구, 흥이야힝이야, 곤드레만드레, 다짜고짜, 뒤죽박죽, 부랴서랴, 왁다글닥다글 따위가 그런 건데요.
이런 낱말에도 재밌는 게 숨어 있습니다.

'미주알고주알'은 '미주알'만 있고 '고주알'은 없습니다.
미주알은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 부분"이지만,
고주알은 미주알에 가락을 맞추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미주알고주알'은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라는 뜻의 어찌씨입니다.

'가시버시'도 '가시'만 있고 '버시'는 없습니다.
가시는
아내를 뜻하는 앞가지(접두사)이지만,
버시는 아무 뜻이 없이 가시에 가락을 맞출 뿐입니다.
(남편을 뜻하는 낱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가시버시'는
"부부"를 낮잡아 이르는 한 낱말입니다.

'곤드레만드레'도 '곤드레'만 있고 '만드레'는 없습니다.
'뒤죽박죽'도 '뒤죽'만 있고 '박죽'은 없고,
'부랴서랴'도 '부랴(불이야)'만 있고 '서랴'는 없습니다.

한편
'가리산지리산'은
'가리산'이 있고 '지리산'도 있습니다.
'왁다글닥다글'도
'왁다글'도 있고 '닥다글'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짜고짜'는
'다짜'도 없고 '고짜'도 없습니다.
다만 '다짜고짜'만 있을 뿐입니다.

어지럽네요. ^^*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왠/웬]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지 않아요?
제 기분이 좋다는 게 아니라,
글을 풀기 위해서 그냥 써 본 겁니다.
‘왠지’의 ‘왠’과 ‘웬’의 차이점을 설명 드리고자...

문법적으로 따지면,
‘왜 그런지’ 라는 이유의 뜻일 때는 ‘왠’
‘어떠한’의 뜻일 때는 ‘웬’ 으로 써야하는데요.

그딴 거(‘그런 거’가 표준어임) 다 잊어버리시고,
‘왠지’만 ‘왠’을 쓰시고,
다른 모든 것은, ‘웬’을 쓰시면 됩니다.

개그맨 서세원 씨가 가끔 쓰는,
“왠~~지~~, 오늘은...” 이런 경우면 ‘왠’이고,
다른 경우,
“웬 인간들이 이리 많아?”
“웬 놈의 일이 이리 많은지...쩝...”
따위는 모두 ‘웬’을 씁니다.

쉽죠?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지 않아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83506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9217
356 [2007/11/05] 우리말) 안다니와 안다미로 id: moneyplan 2007-11-05 3268
355 [2007/11/03] 우리말) 푹 고은 게 아니라 푹 곤 id: moneyplan 2007-11-05 3296
354 [2007/11/02] 우리말) 강추위와 强추위 id: moneyplan 2007-11-02 3189
353 [2007/11/01] 우리말) 문제입니다. 바닷가에 쌓인 굴 껍데기를 뭐라고 하죠? id: moneyplan 2007-11-01 3744
» [2007/10/31] 우리말) 가시버시 id: moneyplan 2007-10-31 2507
351 [2007/10/30] 우리말) 가리산지리산 id: moneyplan 2007-10-30 2717
350 [2007/10/29] 우리말) 비거스렁이 id: moneyplan 2007-10-29 3422
349 [2007/10/27] 우리말) 오늘은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7-10-27 3331
348 [2007/10/26] 우리말) 구리다 id: moneyplan 2007-10-26 2646
347 [2007/10/25] 우리말) 여덟 시 삼 분 id: moneyplan 2007-10-25 3043
346 [2007/10/24] 우리말) 등소평과 덩 샤오핑 id: moneyplan 2007-10-24 3795
345 [2007/10/23] 우리말) 도저를 살려 쓰자고요? id: moneyplan 2007-10-23 2829
344 [2007/10/22] 우리말) 포장도로와 흙길 id: moneyplan 2007-10-22 2846
343 [2007/10/19] 우리말) 구설과 구설수 id: moneyplan 2007-10-19 3079
342 [2007/10/18] 우리말) 누룽지와 눌은밥 id: moneyplan 2007-10-18 3048
341 [2007/10/17] 우리말) 가풀막지다 id: moneyplan 2007-10-17 3253
340 [2007/10/16] 우리말) 발쇠 id: moneyplan 2007-10-16 2552
339 [2007/10/15] 우리말) 지난주, 이번 주, 다음 주 id: moneyplan 2007-10-15 7057
338 [2007/10/12] 우리말) 짬짜미 id: moneyplan 2007-10-13 2601
337 [2007/10/11] 우리말) 부리나케, 부랴부랴 id: moneyplan 2007-10-11 2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