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02] 우리말) 청설모가 아니라 청서

조회 수 2770 추천 수 44 2007.10.02 11:32:26
'머리에 깨가 서 말이 들었다'고 할 만큼 고소한 전어는 10월 초순까지가 제철입니다.
이 전어는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들이는 생선'이라고 해서 錢魚라고 했다네요.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니 그만큼 맛있다는 소리겠죠.



안녕하세요.

아침에 일터에 나오자마자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들어서 언짢은데,
우리말 편지도 언짢은 소리로 시작하네요.

오늘 아침 7시 11분 KBS2에서 가평군 잣나무 이야기하면서
청설모가 잣을 다 따먹는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죽었다 깨나도 청설모는 잣을 따 먹을 수 없습니다.
청설모는 靑鼠毛로
붓을 매는 데 쓰는 날다람쥐의 털일 뿐입니다.
청설모는 털이지 동물이 아닙니다.
털이 무슨 재주로 잣을 따 먹나요?

아침 일찍이라 KBS 기계가 고장났었나 봅니다.
설마 KBS에 계시는 직원분들이 이런 것도 모를 리는 없잖아요.

몸빛은 잿빛 갈색이며 네 다리와 귀의 긴 털은 검은색인,
다람쥐처럼 생긴 동물은 청설모가 아니라 '청서'입니다.

푸를 청(靑) 자에 쥐 서(鼠) 자를 쓰는 靑鼠의 털이 청설모(靑鼠毛)입니다.
(왜 청서모가 아니라 청설모라고 읽는지는 모릅니다. )

오늘 하루가 재밌을 것 같습니다.
아침부터 뭔가 일이 터지기 시작하면 온종일 일이 터지더군요. ^^8
까짓것 어차피 해야 할 일 제대로 한 판 붙어보죠 뭐. ^___^*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

일요일 아침에 방송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연예인들이 나와서 노래를 하고... 도중에 가사가 틀리면 떨어지는... 그래서 마지막 우승자를 가리는 그런 게 있습니다.
노래 가사를 자막 아랫부분에 표시해 주고 가수가 부르는 노래와 가사가 두 번 이상 조금이라도 틀리면 떨어지는 놀이입니다.

어제 아침에 본 건데요.
한 여자 가수가 윤수일의 ‘아파트’라는 노래를 하는데,
‘언제나 나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에서
‘던’자에 빨갛게 표시되더니 그 가수가 떨어지는 겁니다.
노래하던 가수는 ‘내가 왜?’하는 표정이 역력하고...
저는 그 순간 잠이 확 깨더군요.
평소에는 열 개 자막 중 한두 개는 꼭 틀리던 방송사가 그날만큼은 정확하게 잡아내다니...
실은 그 여자 가수가 노래하면서,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라고 하지 않고,
‘기다라든 너의 아파트’라고 노랠 했거든요.

오늘은 그 ‘든’과 ‘던’을 좀 구별해 볼게요.

실은 무척 간단한데...
‘던’은 과거에 일어난 일을 의미하고,
‘든’은 조건을 의미한다고 외워두시면 됩니다.
(더 자세한 내용(한글맞춤법 제6장 제56항)은 맨 아래 첨부합니다.)
따라서
‘내가 좋아했던 여자’, ‘어제 먹었던 케이크’와 같이 과거에 일어난 일을 표시할 때는 ‘던’을 쓰고,
‘오든지 말든지 네 맘대로 해라’, ‘그 일을 하든지 말든지...’와 같이 어떤 조건을 의미할 때는 ‘든’을 쓰시면 됩니다.

쓸 데 없는 소리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앞에서 말씀드린 그 프로그램 사회자가 정재환이라는 사람입니다.
정재환 씨는,
현재 한글바로쓰기 운동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고,
몇 년 전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원에 들어가서 열심히 공부하는 만학도고,
한글에 대한 사랑이 남달라 우리말, 우리글에 대한 책도 여러 권 냈고,
지금도 한글 사랑에 대한 강의로 바쁜 생활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프로그램을 마치면서 시청자에게 인사를 하는데, 꼭,
“여러분 고맙습니다.” ? 箚?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하지 않고 꼭 ‘고맙습니다’라고 합니다.
왜 그런지 이유는 아시죠?

오늘도, 아니 이번 주도 좋은 한 주 보내시기를 빕니다.

한글맞춤법
제56항 ‘-더라, -던’과 ‘-든지’는 다음과 같이 적는다.

지난 일을 나타내는 어미는 ‘-더라, -던’으로 적는다. (ㄱ을 취하고, ㄴ을 버림.)
ㄱ                               ㄴ
지난 겨울은 몹시 춥더라.  지난 겨울은 몹시 춥드라.
깊던 물이 얕아졌다.       깊든 물이 얕아졌다.
그렇게 좋던가?           그렇게 좋든가?
그 사람 말 잘하던데!      그 사람 말 잘하든데!
얼마나 놀랐던지 몰라.     얼마나 놀랐든지 몰라.

물건이나 일의 내용을 가리지 아니하는 뜻을 나타내는 조사와 어미는 ‘(-)든지’로 적는다.(ㄱ을 취하고, ㄴ을 버림.) ㄱ ㄴ
배든지 사과든지 마음대로 먹어라. 배던지 사과던지 마음대로 먹어라.
가든지 오든지 마음대로 해라. 가던지 오던지 마음대로 해라.

지난 일을 말하는 형식에는 ‘-더’가 결합한 형태를 쓴다.
그런 형태로는 - 더구나 -더구려 -더구먼  
- 더군(←더구나, 더구먼) -더냐 -더니  
-더니라 -더니만(←醮玖떪? -더라  
-더라면 -던 -던가 -던걸
-던고 -던데 -던들 -던지
등이 있고, 이 밖에 ‘더’형 어미로 ‘-더라도’ 따위가 있다.

‘-던’은 지난 일을 나타내는 ‘더’에 관형사형 어미 ‘-ㄴ’이 붙어서 된 형태이며, ‘-든’은 내용을 가리지 않는 뜻을 표시하는 연결 어미 ‘-든지’가 줄어진 형태다. 어렸을 때 놀던 곳 아침에 먹던 밥
그 집이 크던지 작던지 생각이 안 난다.
그가 집에 있었던지 없었던지 알 수 없다.
가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렴.
많든(지) 적든(지) 관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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