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01] 우리말) 전어 이야기

조회 수 2879 추천 수 52 2007.10.01 11:21:11
'머리에 깨가 서 말이 들었다'고 할 만큼 고소한 전어는 10월 초순까지가 제철입니다.
이 전어는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들이는 생선'이라고 해서 錢魚라고 했다네요.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니 그만큼 맛있다는 소리겠죠.



안녕하세요.

그제 낸 문제의 답은 문장 끝에 점을 찍지 않는다였습니다.
한글 맞춤법 규정에 따르면,
서술, 명령, 청유 등을 나타내는 문장의 끝에는 점을 찍는데,
다만, 표제어나 표어에는 쓰지 않는다고 나와 있습니다.
따라서,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에는 뒤에 점을 찍지 않는 게 맞습니다.
책을 보면 가끔 제목에 점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틀린 겁니다.

저는 지난 주말에 부천 누나 집에서 전어를 구워먹었습니다.
올 들어 처음 먹는 전어인데 참 맛있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이천 누나 집에서 전어를 구워먹기로 했습니다. ^^*

오늘은 전어 이야기를 좀 할게요.
'머리에 깨가 서 말이 들었다'고 할 만큼 고소한 전어는 10월 초순까지가 제철입니다.
이 전어는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들이는 생선'이라고 해서 錢魚라고 했다네요.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니 그만큼 맛있다는 소리겠죠.
오죽하면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하고,
가을 전어는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익은말(속담)까지 있겠습니까.

전어를 좀 잡아 볼까요?
전어잡이는 전어가 밑으로 도망가지 않는 성질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전어 떼를 보고 배를 돌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둘러싸면,
그물은 부채꼴로 펴지고 그물 밑 부분은 뚫려 있습니다. 그래도 밑으로는 도망가지 않는 거죠.
밑이 터진 그물로 전어 떼를 감싼 뒤 배를 방망이로 두들기거나 돌이나 장대로 전어를 건들면
놀란 전어떼가 정신없이 흩어지면서 그물코에 머리가 꽂히게 됩니다. 잡힌 거죠. ^^*

이렇게 고기를 잡는 그물을 선자망이라고 합니다.
배를 돌려 그물로 고기를 감싸므로
돌 선(旋) 자를 써서 자망(刺網)이라고 합니다.

자망은 순 우리말로 그물입니다.

'그물'을 좀 보죠.
노끈이나 실, 쇠줄 따위로 여러 코의 구멍이 나게 얽은 것을 그물이라고 합니다.
'걸그물'은
물고기 떼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쳐 놓아 고기를 잡는 데 쓰는 그물로
물고기가 지나다가 그물에 말리거나 그물코에 걸리도록 하여 잡는 가로가 길고, 세로가 짧은 그물입니다.

전어를 잡는데 ? 껜?그물은 '두리걸그물'입니다.
걸그물로 고기 떼를 둘러싼 후 소리를 내어 고기가 놀라 그물코에 꽂히게 하여 고기를 잡죠.

'에움걸그물'도 있습니다.
고기 떼의 주위에 에워 치는 걸그물이죠.

한곳에 쳐 놓고 고기 떼가 지나가다가 걸리도록 한 그물은 자리그물입니다.
정치망(定置網)이라고 하는 게 바로 이 그물입니다.

강이나 바다에 넓게 둘러치고 여러 사람이 두 끝을 끌어당겨 물고기를 잡는 큰 그물은 후릿그물입니다.
당망(網)이나 위망(圍網)이라고도 합니다.

끄는 그물도 좀 볼까요?
저인망(底引網)이라는 낱말을 들어보셨죠?
바다 밑바닥으로 끌고 다니면서 깊은 바다 속의 물고기를 잡는 그물인데,
'바닥 끌그물', '쓰레그물'로 다듬었습니다.

배 두 척으로 그물을 끌면 쌍두리,
한 척으로 끌면 외두리입니다.

그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또 전어가 먹고 싶네요.
주말까지 어떻게 참죠? ^^*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가정난 >> 가정란]

점심 맛있게 잘 드셨나요?

난/란, 양/량, 예/례
오늘은, 난/란, 양/량, 예/례 의 구별에 대해 알아볼게요.
‘가정난’이 맞아요, ‘가정란’이 맞아요?
‘알림난’이 맞아요, ‘알림란’이 맞아요?
실은 이걸 가르는 아주 간단한 원칙이 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난’과 ‘란’을 가르는데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더군요.

원칙은 간단해요.
한자어 뒤에는 ‘란’을 쓰고,
외래어나 고유어 뒤에는 ‘난’을 씁니다.
따라서 ‘스포츠난, 알림난, 어린이난’이 맞고,
‘통보란, 가정란, 독자란’이 맞습니다.

식물 ‘蘭’도 원칙은 마찬가집니다.
한자어 다음에는 ‘란’, 고유어나 외래어 다음에는 ‘난’
따라서 문주란, 금자란, 은란이 맞고,
거미난, 제비난, 지네발난이 맞죠.

‘量’ 도 마찬가집니다.
한자어 다음에는 ‘량’, 고유어나 외래어 다음에는 ‘양’
즉, ‘노동량, 작업량’으로 쓰고,
‘구름양, 알칼리양’으로 써야죠.
쉽죠?

당연히 ‘例’ 도 같겠죠?
한자어 다음에는 ‘례’, 고유어나 외래어 다음에는 ‘예’
‘인용례, 실례’가 맞죠.

근데 ‘率’은 좀 달라요.
모음이나 ‘ㄴ’받침 뒤에서는 ‘율’이고 다른 경우는 ‘률’입니다.
따라서 ‘비율, 실패율, 득표율, 백분율’로 쓰고,
‘법률, 출석률’로 써야 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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